90년대 초 등장한 데이터통신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 다가올 2000년대에는 음성통신을 제치고 통신 주도권까지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전화로 대변됐던 정보통신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혁명을 맞이하면서 최근 들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최근 미 상무부에서 발간한 「떠오르는 디지털경제」에서는 가까운 시기에 데이터통신시대의 도래를 예견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EC)의 등장은 데이터통신시대의 개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가들과 리서치 회사들은 앞으로 5년 뒤에 통신의 패러다임이 역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주류는 데이터통신이 되고 음성통신은 부가서비스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음성통신은 데이터통신을 이용하면 무료로 서비스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데이터통신은 이제 문자나 그래픽을 넘어 음성통합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통신시대의 도래가 이처럼 가시화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대응은 상당히 미미하다.
미국은 데이터통신을 주도할 차세대 인터넷 개발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본 또한 이에 뒤질세라 지난 9월 데이터통신 기술개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공식발표를 내놓았다.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데이터통신에 대한 기술개발에 국가가 적극 나서겠다는 생각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단지 정보통신부가 최근 뒤늦게 광대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정보대국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응이 이처럼 늦어지게 된 배경은 정책 입안자들의 마인드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데이터와 음성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통신세계가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통신은 기간통신사업자의 변신을 수반해야 하나 통신사업자들이 기존의 기득권을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우리의 대표적인 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이 내년에 데이터통신에 적극 대처하기로 했으며 데이콤도 최근 데이터통신에 대비해 시스코시스템스와 전략적인 제휴를 체결하는 등 데이터통신시대 도래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정보통신을 지배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이터통신에 대비하지 않고서는 정보통신 선진국은커녕 정보통신 주권 지키기에도 벅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데이터통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게다가 민간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 빨리 데이터통신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청사진을 만들고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의 데이터통신 관련산업이 외국에 비해 너무나도 뒤처져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들에만 성장발전을 맡겨놓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데이터통신의 기반인 네트워크산업을 살펴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리 네트워크시장은 외국 업체들이 거의 점령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의 통신기반을 우리 손으로 구축하기 위해 일부 전문업체들이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거대 외국 업체들에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우리의 공중망 통신기술은 세계 상위권에 속해 있으나 데이터통신 분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미국은 정보통신으로 다시 한번 팍스아메리카나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를 대상으로 안방문을 열기를 강요하고 있으며 우리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진정한 정보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데이터통신시대의 도래에 적극 대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