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통신 외국인 지분한도 확대 1년 유예 배경.파장

 내년부터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를 현행 33%에서 49%로 확대(한국통신 제외)하겠다는 정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좌절된 것은 정부 여당의 무력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곧바로 우리 정부의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가했을 뿐 아니라 이미 마무리되었거나 진행중인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외자유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한국통신과 SK텔레콤, 여타 외자도입 사업자들간에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당정간·공동여당간 불협화음을 노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예고했다.

 물론 정부의 원안통과를 주장하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완승은 어려운 상황이었고 법안 통과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1년 유예라는 조건을 달고 합의처리한 것은 「절반의 승리」라는 시각도 있지만 통신업계에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국회 쪽에서는 여당이 6개월 유예조치라는 한발 물러선 타협안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1년으로 결말난 것은 정통부의 대 국회 접근방식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 일각에서는 「과연 정통부가 이번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펄쩍 뛴다. 안병엽 차관은 『장관 이하 관련 실국장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데 그같은 이야기가 나오냐』며 『최선을 다한 정부에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정부가 좀더 세련되고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차피 국회내에서 이견이 돌출되었기 때문에 정부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여론에 호소하거나 적극적인 여론몰이 등이 필요한 데도 이같은 작업이 너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법안심의 며칠 전까지도 원안통과 혹은 6개월 유예조건 통과를 낙관했던 정통부의 상황판단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일부 의원들의 시각차이도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지난주 박태준 자민련총재까지 참석한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배순훈 정통부 장관의 요청으로 정부원안 통과를 당부했음에도 일부 여당의원이 정부안 반대를 고집한 것은 공동여당의 불협화음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통신업체들은 이번 결정에 따라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결론은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외국인 한도 33%를 모두 채운 SK텔레콤은 한국통신이 갖고 있는 18.35%의 지분을 인수하지 못한 채 내년부터 한도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전긍긍해왔다. SK텔레콤은 국회의 이번 개정안 처리로 한숨을 돌리게 됐고 한국통신 보유지분 인수에도 한결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지분문제에 대해 SK와 제로섬 관계에 있는 한국통신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내년 한도확대를 전제로 SK텔레콤 지분을 국제입찰에 부쳐 가장 높은 가격에 매각한다는 계획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역시 내년 한도확대를 조건으로 외자를 도입했던 한 이동전화업체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이 회사는 계약조건 위반으로 외자도입선에 우선주 배당률을 높여줘야 하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5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생돈을 떼일 판이다.

 아무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시장개방, 외자유치 전략은 이번 국회 합의로 상당부분 타격을 입었고 국내업체들도 비판을 받게 됐다. 물론 가장 큰 상처는 정통부가 입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