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C) 시장을 선점하라.」차세대 황금어장으로 떠오르는 EC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기술(IT) 업계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C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고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 시장 개척을 위해 업체들간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EC시장의 경우 아직 강력한 헤게모니를 구축한 맹주가 없이 가상공간에 펼쳐지는 신천지여서 이를 정복하기 위한 유력업체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현재 자체 솔루션을 확보하면서 국내 EC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유력업체들은 한국IBM·마이크로소프트(MS)·한국오라클·한국HP·한국컴팩컴퓨터·한국후지쯔 등 외국계 IT업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선 이 가운데 한국IBM·한국HP·한국컴팩컴퓨터를 주축으로 한 하드웨어 업계는 EC사업이 미래의 사운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본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이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업체들은 이에 따라 자체 개발한 EC솔루션을 확보, 자사 중대형시스템과 연계해 새롭게 형성되는 신규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이들은 올들어 EC 전담팀을 구성하고 관련 솔루션 판매확대를 위한 마케팅 강화와 협력사와의 제휴를 확대하는 등 EC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C사업에 가장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한국IBM. 이 회사는 올초 「e비즈니스」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인터넷솔루션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대적인 광고캠페인과 마케팅활동에 돌입했다. 한국IBM은 미국 본사 차원에서 이미 북미지역 은행과 6천여만 가구에 금융·전자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전세계 전자상거래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국내에서도 이같은 여세를 그대로 몰아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회사는 자사의 중대형컴퓨터 등을 인터넷 기반의 e비즈니스 환경에 적합하도록 암호화·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베이스(DB) 제품과 웹사이트를 EC 창구로 전환해주는 툴 패키지를 개발하는 등 기선제압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6월 정보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커머스넷코리아(CNK) 프로젝트에 EC솔루션인 「넷커머스」를 공급한 데 이어 금융권과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솔루션 공급확대에 나서 국내 EC시장을 석권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HP도 이에 맞서 「일렉트로닉 월드」를 모토로 EC시장 주도권을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을 마련, EC시장 선점여부를 앞으로 정보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보고 이 사업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EC시장을 석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IBM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전사적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맞대응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HP는 이를 위해 기존 영업조직을 일렉트로닉 월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제로 재편하는 동시에 EC관련 컨설팅조직을 구성, 정보기술 환경구축을 위한 컨설팅서비스를 대폭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한국컴팩컴퓨터도 그동안 엔터프라이즈 컴퓨팅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본사 차원에서 합병을 추진한 탠덤컴퓨터와 디지털이퀴프먼트(DEC)를 통해 종합적인 솔루션업체의 입지를 확보했다고 보고 EC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그동안 축적해온 웹기반의 전자대금결제를 위한 지불솔루션 사업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후지쯔 역시 최근 기업 대 기업(BtoB)방식에 중심을 둔 EC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데 이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국내 유력 EC솔루션 개발업체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EC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기로 해 국내 EC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하드웨어 업체들이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C시장은 이같은 하드웨어 업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업계의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세계 SW시장에서는 데스크톱 운용체계(OS)를 장악한 MS가 일방적으로 독주해왔다. 그런데 전자상거래 시대 개막으로 관련 솔루션을 쥔 인터넷 업체와 애플리케이션SW 업체들의 입김이 세어질 전망이다. 최근 온라인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후원 아래 최근 넷스케이프사를 인수한 것이나 오라클·IBM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MS와 일대 결전을 벼르고 있는 것은 미래 SW업계 판도에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AOL·넷스케이프·선마이크로시스템스로 이어진 반 MS 세력의 등장은 인터넷 기반의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솔루션과 인터넷 시장에서 계속 주도권을 가지려는 MS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지난 96년부터 1천4백만명에 이르는 AOL 가입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자사의 웹브라우저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AOL과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사용계약은 오는 2001년 중반까지로 돼 있으나 내년 1월에 AOL이 이를 파기할 수 있는 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넷스케이프를 인수한 AOL은 당장 내년부터 IE 대신 넷스케이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MS의 IE 대신 넷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를 채택할 SW업체들이 늘어나고 MS의 IE 확산 전략은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전자상거래용 SW는 인터넷에 기반한 제품 특성상 다른 애플리케이션 SW에 비해 윈도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 인터넷온라인 기술이 발전할 경우 전자상거래 SW는 윈도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SW시장은 앞으로 전자상거래와 연동할 수 있는 미들웨어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IBM·오라클의 강세가 예상된다. 그런데 MS는 인터넷 시장에 뒤늦게 진출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다. SW전문가들은 당장 MS가 SW시장에서 패권을 잃는 일은 생기지 않겠으나 EC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권력이 분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맞서 MS는 IE의 급속한 시장잠식을 앞세워 EC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계속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 업체와 애플리케이션 SW 업체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와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MS에 우호적인 지원군을 다수 확보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아성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SW전문가들은 SW업계의 판도변화에 뇌관으로 작용할 EC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체간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곧 국내 SW업체들에 과연 어떤 세력과 손을 잡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전자상거래시장이 이처럼 외국IT 업체들의 각축장만은 아니다. 이니텍·미래산업과 같은 보안업체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전문업체들이 EC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EC 보안을 위해 온라인 지불을 위한 인증과 암호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이 부문 시장선점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다 장미디어인터랙티브·세넥스 등 후발 보안업체들이 인증기관(CA)시장에 신규 진입하면서 EC보안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 국내 벤처기업이 선보이고 있는 보안제품은 △IC카드,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이용한 사용자인증 △침입차단시스템(일명 방화벽)·침입탐지시스템(IDS) 등의 네트워크 보안 △데이터암호화를 통한 파일보안시스템 △서버보안시스템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한 EC 구현을 위한 필수요건인 정보보호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면서 EC보안 시장을 겨냥한 업체간 주도권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서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