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정통부 장관 입각 이모저모

 ○…신임 남궁석 장관은 개각발표 하루 전인 20일 골프장에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인선 통보전화를 받았다는 후문. 남궁 장관은 이 내용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전했고 오후에는 자신이 펼칠 정보통신 정책구상에 몰두.

 ○…이번 개각은 무성한 하마평만큼이나 낙점자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남궁 장관은 막판까지 언론에서 거명되지 않은 후보라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청와대나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인물이었다고.

 그는 「정보화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고 우리 사회의 비전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 업계뿐 아니라 학계·정계 쪽에서도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

 ○…특히 이번 인선과 관련, 남궁 장관이 최근 펴낸 「질라래비 훨훨」이라는 수상집이 화제. 남궁 장관이 평소 구상하고 있는 정보화·사이버 세계, 이에 따른 국가비전 등을 담은 이 책은 한승헌 감사원장도 상당히 인상깊게 읽고 청와대에 일독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실제로 청와대에서도 이 책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 개각을 앞두고 남궁 장관이 신임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는 후문.

 ○…여기에 평소 남궁 장관을 눈여겨 보아왔던 현 여권 실세들의 적극적인 천거도 한몫했다고. 국민회의 모 부총재와 DJ 가신그룹의 모 의원이 남궁 사장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그를 천거하기 위해 이미 지난주 남궁 장관의 프로필을 얻어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

○…전임 배순훈 장관에 이어 이번에도 민간기업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DJ 용병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평. 당초에는 이번 사태로 정통부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장악력이 뛰어난 정통 관료출신이 발탁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결국은 민간 경영인이 입성하는 것으로 결론. 이는 내각에 민간경영 마인드를 접목시키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인 셈.

 ○…청와대가 개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정통부 공무원들의 협조를 당부, 정통부 간부들이 바짝 긴장. 특히 배순훈 전장관의 경질이 설화의 성격도 있지만 관료들이 업계출신 장관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어 이래저래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

 ○…정통부는 교육파견 등으로 나가 있던 3명의 국장급이 연말에 돌아오면서 국장급 인사가 예정돼 있고 특히 현 국장급 가운데 1명은 정원상 무보직 상태인 「인공위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터에 장관까지 바뀌어 자칫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몰아칠 전망.

 ○…더욱이 남궁 장관이 온화하고 소탈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일에 관한 한 대단한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을 갖추고 있어 정통부 간부들에겐 당분간 「엄한 시어머니」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 전임 배 장관 못지 않은 철학과 식견에 카리스마까지 덧붙여진 남궁 장관이 정통부에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정통부 내부는 물론 통신업계까지 주목.

 ○…그러나 남궁 장관은 개인휴대통신(PCS) 사업권 허가 당시 삼성과 현대의 연합군인 에버넷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정통부와는 인연이 깊고 입각 직전까지 삼성SDS 사장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통신정책에 관한 한 「최고의 외부전문가」여서 그가 펼칠 정책방향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대우그룹에서 장관을 배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삼성그룹 출신이 정통부 장관으로 입각함에 따라 관심은 LG그룹으로 번지고 있다고. 특히 신임 남궁 장관이 PCS사업권 허가 당시부터 LG그룹의 데이콤 지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그가 주무장관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 이와 함께 남궁 장관이 현안인 통신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 개입을 인정하는 쪽인지와 내년 2월로 예정된 정부부처 2차 조직개편에서 기존 정통부 입장을 관철해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