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융형 열전사방식 컬러프린터, 일본시장서 "인기 돌풍"

 「잉크젯방식의 아성에 도전한다.」

 일본의 알프스전기가 최근 독자 개발한 고성능의 용융(熔融)형 열전사(熱轉寫)방식 컬러프린터를 내놓고 현재 PC용 저가시장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잉크젯방식 프린터 따라잡기에 나섰다.

 특히 알프스전기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열전사방식에서는 보기 드믄 「도트계조(階調)」기법을 이용해 화질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으로, 화질 및 성능이 같은 방식의 기존 제품을 훨씬 앞설 뿐만 아니라 잉크젯방식에도 뒤지지 않아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도트계조는 도트의 크기나 농도를 변경하는 것을 말하는데 헤드나 잉크 등의 개량과 함께 프린터의 생명인 화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잉크젯방식은 특히 이 도트계조를 통해 최근 은염사진에 근접할 정도로 화질을 높이며 열전사방식에 대한 우위를 공고히 해왔다. 예를 들면, 일본의 세이코엡슨과 캐논의 경우는 도트 지름을 변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휴렛패커드(HP)는 아주 작은 16개의 잉크 입자를 조합해 한 개의 도트를 구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색이 다른 3종류의 잉크를 사용해 16개 잉크 입자를 임의의 비율로 섞어서 도트계조를 실현하고 있다. 이들 잉크젯방식의 해상도는 6백∼1천4백40dpi다.

 이에 반해 잉크젯방식에 도전하고 있는 용융형 열전사방식에서는 최근까지 도트계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전에 도트계조를 실현한 용융형 열전사방식이 개발된 적은 물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일본의 카시오계산기가 지난 94년 선보인 「비디오 프린터」로, 헤드의 발열체를 작게 해 작은 도트를 인쇄하고, 큰 도트는 발열체의 발열온도를 억제해 발열시간을 길게 하는 방법으로 인쇄해 도트계조를 실현한다.

 그러나 이 도트계조 방식에서는 해상도를 올리기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따른다. 카시오계산기 기종의 경우 해상도가 2백dpi로 낮아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용융형의 이같은 문제 때문에 알프스전기의 경우 그동안 1도트당 16계조를 표현할 수 있는 승화(昇華)형 열전사방식을 병용해 만족스런 수준의 화질을 확보해 왔다.

 이런 알프스전기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열전사방식은 용융형만으로 도트계조를 실현한 제품이다. 게다가 발열체의 크기를 줄이거나 발열체의 발열온도를 억제하는 이전 방식과는 다르게 발열체에 가하는 열량 자체를 제어하는 방식을 이용해 해상도를 크게 높였다. 알프스전기는 이 방식을 「배리어블 도트」라고 부르고 있다.

 이로써 순수 용융형 열전사 방식으로는 처음으로 잉크젯 방식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도트계조 실현 제품이 나온 셈이다.

 알프스전기의 신제품 「MD5000」은 도트 직경을 13∼63마이크론의 범위 안에서 15개 단계로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여기에 도트를 인쇄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하면 총 16단계의 계조표현이 가능하게 된다.

 이 제품은 현행 잉크젯방식과 비교할 때 성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선 해상도의 경우 잉크젯방식에서는 세이코엡슨의 「PM750C」가 1천4백40×7백20dpi, HP의 「데스크젯720C」는 6백×6백dpi인 데 반해 MD5000은 2천4백 상당×2천4백dpi다. 여기서 2천4백dpi 상당이라는 것은 가장 작은 도트를 인쇄했을 경우 그 직경이 2천4백분의 1인치 정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MD5000은 인접하는 도트간 거리가 도트의 크기에 상관없이 6백dpi다.

 다만 MD5000은 2천4백dpi 상당에서 인쇄하기 위해서는 전용지나 「MF(Media Flexible)잉크」라는 특수잉크로 미리 평탄하게 표면 처리해 둔 보통용지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MD5000은 인쇄속도도 빠르다. A4크기의 컬러인쇄에서 PM750C는 12분 35초, 데스크젯720C는 5분 58초 걸리는 데 반해 MD5000은 5분 24초로 짧다. 고속 모터를 채택하고, 종이 전송속도와 잉크카세트의 교환속도를 단축시킨 결과다.

 이밖에 종이 한 장을 인쇄하는 데 드는 비용, 즉 런닝코스트에서도 MD5000은 열세를 보이지 않는다. PM750C의 경우 1백99엔, 데스크젯720C가 1백14엔인 데 반해 MD5000는 1백17엔 정도다.

 그러나 제품 가격은 다소 높다. PM750C와 데스크젯720C가 모두 4만4천8백엔인 데 반해 MD5000은 5만9천8백엔으로 1만엔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알프스전기는 MD5000에 대해 『고화질인 동시에 16단계의 도트 변경이 가능한 최초의 용융형 열전사방식』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잉크젯방식이 주도하고 있는 저가 컬러프린터시장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