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 컴퓨터산업의 화두는 단연 정보가전을 바탕으로 한 홈네트워킹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멀티미디어PC·세트톱박스 등 디지털 가전의 보급과 고속 양방향 케이블 및 디지털가입자회(DSL) 서비스가 본격화함에 따라 가정의 모든 정보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통신 및 반도체 부품업계의 올해 시장상황을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반도체.부품>
최근 몇년간 지속적인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시장조사 회사들이 올해 10% 안팎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하반기부터 뚜렷한 경기상승세를 보이면서 내년 말 이후 공급부족 현상마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서기 위한 노력은 더욱 치열해져 업체간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가 가속화하고 국가간 무역마찰도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시바와 후지쯔가 1GD램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제휴를 맺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경쟁업체들도 합종연횡을 통한 세력확대를 꾀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간 무역마찰이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한국산 D램 반도체에 대해 사상 최고율의 덤핑 마진 판정을 확정한 데 대해 한국측이 판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국제무역재판소에 제소,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나 대만 업체들이 반덤핑 조사를 받고 있는 현실이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갖게 하고 있다.
산업 내적으로는 차세대 메모리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인텔의 지원을 받고 있는 다이렉트 램버스 D램이 가장 유력한 차세대 고속 메모리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싱크링크 D램(SLD램)과 더블데이터레이트 D램(DDR D램) 등 경쟁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올해 중반부터 램버스 D램을 지원하는 CPU와 칩세트를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최근 미국 IBM이 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DDR를 지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지원하는 업체도 한국의 삼성전자와 일본의 후지쯔, 미쓰비시, NEC, 미국 마이크론전자를 포함해 12개로 늘어났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선 저가칩에 대한 수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성능화 경쟁도 가열되면서 인텔과 인텔 호환업체들이 모두 올해중 5백㎒대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액정표시장치(LCD)로 대표되는 평판표시장치(FPD) 업계에서도 휴대기기의 보급에 따라 반사형 박막트랜지스터(TFT) LCD 등 저소비 전력형 고화질 제품이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부품산업 분야에선 올해 휴대폰 및 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기기 등의 소형 경량화 추세와 함께 높아가는 세트업체들의 부품 소형화 요구에 따라 「0603(0.6×0.3㎜)」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최근 이같은 극소형 칩부품을 인쇄회로기판(PCB)에 실장할 수 있는 자동실장기를 비롯해 칩을 포장하는 테이핑머신 등이 속속 등장하는 등 극소형 칩부품을 지원하는 주변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어 0603급 칩부품 보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0603」급 칩부품이 세트에 본격 채택될 시기는 당초 업계가 예상한 오는 2000년보다 상당 기간 앞당겨질 전망이다.
전지업계도 휴대기기의 이용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가벼우면서 오래 쓰는 차세대 전지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차전지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리튬이온 2차전지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를 상품화하기 위한 전세계 전지업체의 개발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컴퓨터.SW>
미국 가구의 PC보급률이 50%를 육박하고 이중 2천여만가구가 2대 이상의 PC를 보유하고 있다는 시장조사업체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할 때 데이터 공유나 고속 인터넷 접속 등을 위한 홈네트워크화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때문에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휴렛패커드(HP) 등 컴퓨터업체는 물론 루슨트, 스리콤 등 네트워크장비업체들까지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PC 저가행진도 계속돼 미국에서는 올 중반께 5백달러 미만 초저가 데스크톱 제품이 일반화될 전망이며 노트북 역시 1천달러 벽을 깬 가정용 제품이 벽두부터 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고성능화도 빼놓을 수 없는 추세. 특히 올해는 PC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이 고성능 프로세서를 대거 발표할 예정임에 따라 4백50㎒ 및 5백㎒ 펜티엄Ⅱ PC를 필두로 보급형인 셀러론PC도 3백66㎒, 4백㎒ 버전 등이 잇따라 선을 보이면서 저가화와 고성능화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PC분야의 또다른 최대 이슈 중 하나는 평판디스플레이 채용 확산이다.
특히 15인치 LCD가격이 1천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비용 때문에 부분적으로 진행돼 왔던 PC업체들의 채용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태풍의 눈은 무엇보다 MS 「윈도NT 5.0」의 새로운 이름인 「윈도 2000」 시리즈. 역대 윈도NT제품군중 가장 획기적인 업데이트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윈도 2000」은 MS가 올해 최대의 핵심사업으로 설정한 만큼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분야에서 지난해 PC의 윈도98을 능가하는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데스크톱용인 「윈도 2000 프로페셔널」에서부터 2웨이 SMP를 지원하는 「윈도 2000 서버」, 최고 16웨이 SMP서버용인 「윈도 2000 데이터센터 서버」에 이르기까지 4개 제품군으로 구성되는 「윈도 2000」은 올초 「베타3」 버전의 성공여부에 따라 정식버전 발표시기가 정해질 전망이나 연말께 출시될 것으로 MS는 예상하고 있다.
공개OS인 리눅스 열기는 올해도 여전히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오라클, 사이베이스 등 데이터베이스업체들로부터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엔터프라이즈 OS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리눅스는 이어 상당수의 리눅스용 객체요청브로커(ORB) 출현으로 미들웨어와의 연계성이 강화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분야로의 영향력을 급속히 키워 나가고 있다.
특히 인텔의 지분참여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넷스케이프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올해는 상용OS인 윈도NT와 유닉스에 맞서 기업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나갈 공산이 크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통신>
아시아 및 남미 경기의 침체로 세계 경제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통신시장은 올해도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에서 세계 통신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이 시장 성장을 주도해 온 데이터통신 부문의 호조로 10% 이상 증가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데이터통신의 주력인 인터넷 관련 서비스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두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DC 등에 따르면 지난 97년 45억달러 규모였던 세계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금후 4년간 연평균 약 1.7배 정도씩 늘어나 올해는 1백억달러를 넘어서고, 오는 2002년에는 4백3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시장의 확대 기조 속에서 업계 동향에서는 지난해 대형 M&A에 참여했던 통신사업자들간 경쟁이 올해는 본격화할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세계 통신서비스 시장을 놓고 격돌하게 될 미국 AT&T와 영국 브리티시텔레컴(BT)의 합작사, 통신사업자들의 컨소시엄인 글로벌원 등의 움직임이 관심을 모은다.
나라별로는 미국의 경우 벨 애틀랜틱과 GTE, SBC와 아메리테크 등 지역통신사업자들의 잇단 합병에 따른 서비스 종류 및 지역 확대 등이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DD와 텔레웨이의 합병과 같은 국제전화와 장거리전화 사업자간 M&A가 잇따른 일본에서는 국제·국내의 일관 서비스체제를 바탕으로 통신요금의 저가화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 세계 통신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는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 일본전신전화(NTT)의 경영형태 재편, 즉 분리·분할이다.
사실 NTT의 분리·분할은 세계 유수 통신사업자들이 통신시장 자유화에 대응해 경쟁력 제고 일환으로 인수나 합병을 통해 몸통을 부풀리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NTT의 분리·분할을 강행하는 것은 역시 지나친 과점 구도를 깨는 동시에 업체간 활발한 경쟁을 유도해 산업 및 시장을 발전시키고, 통신요금의 저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분리·분할 후 NTT는 지주회사를 축으로 크게 동·서 2개의 지역통신사업자와 장거리통신사업자 등 3개 사업자로 나뉘게 된다.
NTT는 분리·분할의 반대 급부로 국제통신사업 진출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장거리통신사업자가 그 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주목되는 것은 차세대 휴대폰 「IMT2000」의 세계 표준규격의 향배다. IMT2000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전기통신연합(ITU)은 오는 3월 표준규격을 결정할 예정인데, NTT도코모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의 통일 규격인 「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과 cdmaOne에 기반한 북미 방식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WCDMA의 원천기술인 CDMA를 둘러싸고 스웨덴의 에릭슨과 미국의 퀄컴간 특허 논란이 발생해 ITU의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ITU에서는 양사의 분쟁이 지속될 경우 CDMA를 IMT 2000의 후보 규격에서 제외시키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