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상물을 불법복제할 수 없게 하는 기능을 탑재한 IEEE1394용 대규모집적회로(LSI)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본 소니와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최근 이 같은 LSI를 개발,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으며 디지털AV기기와 PC의 융합을 꾀하고 있는 미국 인텔도 「X86」계열의 모든 마이크로프로세서(MPU)에 불법복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업계의 개발 노력에 따라 디지털AV기기에 IEEE1394 인터페이스를 장착하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불법복제 방지기술은 DTCP(Digital Transmission Content Protection)사양에 기반하고 있다. DTCP는 가전업체와 영화사, PC관련업체들로 구성된 CPTWG(Copy Protection Technical Working Group)에 히타치제작소·마쓰시타·소니·도시바 등 일본업체와 인텔 등 5사가 지난 2월에 공동 제안한 사양이다.
히타치 등 5사는 지난 6월 미국에 DTCP의 라이선스회사인 DTLA(Digital Transmission Licensing Administrator)사를 설립, 9월부터 본격적인 라이선스사업에 나섰다.
이들 5사는 현재 「버전0.9」 정도인 DTCP사양이 호환성 테스트 등을 통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 연내에 정식버전(1.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정식버전으로 결정되면 마쓰시타와 소니가 각각 내년 1월과 3월에 이 사양에 기반한 LSI를 상품화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소니와 마쓰시타는 지난 11월 미국에서 열린 컴덱스에서 복제금지 콘텐츠가 DTCP사양을 지원하는 IEEE1394 인터페이스일 경우 정상적으로 재생되고 지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재생되지 않게 하는 기능을 시연회를 통해 선보여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소니가 선보인 것은 링크층 LSI에 DTCP사양에 기반한 암호화·복원화 회로를 집적해서 시험 제작한 기판으로, 이 기판은 모토롤러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인 「68000시리즈」를 지원할 수 있다.
마쓰시타는 링크층 LSI뿐만 아니라 2개 채널의 물리층을 하나의 칩으로 집적한 LSI를 통해 시연회를 가졌다.
DTCP사양에서는 콘텐츠에 기록된 CCI(Copy Control Information)라는 복제관리 정보를 검출함으로써 처리방법을 결정한다. 검출결과는 2비트의 EMI(Encryption Mode Indicator) 데이터로 IEEE1394의 패킷헤더에 기록된다.
이를테면 EMI가 「00」이면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고 「11」이면 복제금지, 「10」이면 1회 복제가능, 「01」이면 이미 1회의 복제를 마친 상태로 앞으로는 복제를 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표시다.
복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암호화하지 않고 전송하겠지만 복제금지 콘텐츠는 「풀 인증」 처리단계를 통해 암호화 처리를 하면서 전송하게 된다. 1회만 복제할 수 있는 경우나 1회 복제를 마친 후의 콘텐츠의 경우에는 「제한인증」이라는 간이 처리단계를 거친다.
인증 후에는 송신측과 수신측에서 키데이터(56비트)를 교환해 콘텐츠를 「M6(Message6)」방식으로 암호화해 IEEE1394 버스에 보낸다.
소니와 마쓰시타가 개발한 LSI도 M6방식의 암호화 및 복원회로 2개를 집적했다. 2개를 병렬 작동시킴으로써 최대 60.160Mbps의 MPEG2 스트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약 60Mbps는 IEC61883에서 규정하는 MPEG2 스트림의 최대 속도다. 고속처리를 가능케 한 반면 회로규모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마쓰시타의 경우 15k게이트를 사용했고 소니는 약 20k게이트를 사용했다.
종전에는 하나의 회로에서 30Mbps 정도의 암호화 처리를 할 수 있어 프로그램 하나가 20Mbps 이하인 고선명(HD)TV의 데이터도 충분히 가능했다.
소니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 및 복원화 회로 2개를 탑재할 경우 이중통신이 가능하게 돼 녹화데이터를 수신하면서 재생데이터를 TV에 송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DTCP사양에서 규정하는 「시스템 리뉴어빌리티」라는 암호깨기 대책의 작동확인 및 인증처리부분의 고속화 등을 들 수 있다.
마쓰시타의 경우 알고리듬 등을 연구해 풀 인증에 걸리는 시간을 약 1초 정도로 단축시켰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IEEE1394용 LSI에 마이크로컨트롤러의 핵심칩을 집어넣는 방법 및 인증처리의 일부를 전용회로로 실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