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82)

 내 탓은 아니지만 나는 죄를 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를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할 정도였다. 그녀는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하는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녀의 알몸을 본 이후로 잠을 잘 때면, 특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하얗게 고운 살결에 외국 모델처럼 윤곽이 뚜렷한 나체가 사진처럼 떠오르고 그러면 나는 흥분이 되어 이불이 텐트를 칠 정도로 그것이 불끈 치솟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목격이 우연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았지만 그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자 여자의 의도적인 행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밤이 되어 머리를 식힐 겸 후원을 산책했다. 워낙 넓은 후원이라 담장 안에서 산책이 가능했다. 후원에는 보안등이 켜 있어서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후원 한쪽에 잔디에 물을 주기 위한 수도시설이 있는데 그곳에서 홍 박사가 화분을 닦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치마를 훌렁 걷어붙이면서 허리에 잡아맸다. 그러자 허벅다리가 온통 드러나는 것이었다.

 불빛에 비친 그녀의 하얀 허벅다리가 선정적으로 비쳤다. 불빛에 비친 여자의 다리가 왜 더 선정적으로 보이는지 알 수 없지만 다리가 우유빛으로 빛나면서 매끈한 느낌을 주자 보는 사람, 아니 보는 남자에게 욕정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유치한 짓이기는 하지만 성에 대한 유혹이 어느 것이 점잖고 유치하다는 공식은 없을 것이다. 바람둥이 선배 배용정의 말처럼 섹스는 교양이나 학벌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봐, 여자든 남자든, 섹스에 한해서는 학벌이나 교양이 중요하지 않아. 박사든 대학 교수이든, 사회적인 명사이든, 잠자리에 들어가면 다 같은 창녀이고 바람둥이에 불과해. 그런 여자일수록 섹스를 점잖게 하는 줄 알아? 이제부터 시작해요. 살살 교양있게 다가오세요 이러는 줄 알아? 천만에. 오히려 더 난잡하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다가 돌아서서 다른 길로 빠졌다. 그녀가 왜 나를 유혹할까.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젊은 남자의 육체가 그리워서 그런 것일까. 억압된 욕정을 억제하기 힘들어 그것을 풀려는 것일까. 잘못하면 내가 그녀의 기쁨조가 될 듯해서 겁이 덜컥 났다. 아니면 내가 착각을 한 것일까. 그냥 무심결에 치마를 걷어올린 것인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생각을 달리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