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84)

 물 속에서 여자에게 다리를 감겼을 때의 감촉은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없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아마도 물 속에서 다리를 감아 보거나 감겨 보아야만 알 수 있는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도 계속 미친 짓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도 다리가 풀린 후에 흥분이 되었다. 감겼을 때는 너무나 놀라고 두려워서 흥분할 여유가 없었는가 보다. 그제야 안심을 한 말초신경이 극도로 팽창을 하더니 수영복을 밀치면서 사타구니가 벌떡 서는 것이었다. 여자가 알까봐 돌아서서 저편으로 갔다. 그리고 감정을 식히려고 애썼다. 홍 박사로부터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녀의 나쁜 모습을 연상하려고 했다. 이를테면 그녀가 흙탕물에 넘어져 보기 흉한 꼴을 연상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수영장 난간을 붙들고 나가지도 못하고 물 속에 그대로 있자니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그녀가 다가왔다. 그녀는 나의 몸 옆을 스치고 난간을 잡고 나가면서 다른 한 손을 쑥 밀어넣더니 불끈 솟은 나의 그것을 잡았다. 나는 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파서 지른 것이 아니고 그녀가 그것을 잡았기 때문에 놀라서 지른 비명이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웃으면서 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면서 탈의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고 기분이 나빠서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어쩌면 탈의실에서 그녀와 마주치기 어색해서 그대로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에야 나는 밖으로 나가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때 문득 이 집에서 계속 못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집을 쉽게 나가지 못했다. 하는 일에 비해 많은 보수를 주었고 모두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상전으로 대접해 주는 것이 좋았나 보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한 것은 그녀가 결정적인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주면서였다.

 그녀는 수영장에서 내 고추를 만진 이후로 더욱 대담해졌다. 나는 자정이 넘도록 컴퓨터 원서로 공부를 했다. 내가 자는 시간은 보통 두 시에서 세 시 무렵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에 공부를 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녀가 방까지 쳐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지만 어쩔 것인가. 내가 네 하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방문이 열리면서 홍 박사가 들여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