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IT벤처기업 "잘 나간다"

 유럽의 벤처기업들이 이 지역 정보기술(IT)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반면 이들 기업은 활발히 활동하면서 고도성장의 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아일랜드의 아이오나 테크놀로지스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컴퓨터 프로그램을 상호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8천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이 회사는 97년까지 5년간 무려 2만2천9백%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성장률 기준으로 단연 유럽 최고의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때 미국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강사를 하다 이 회사를 설립했던 크리스토퍼 J 혼(42세) 회장은 지난해 회사주식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해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아이오나와 같은 사례는 최근 유럽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고용창출 효과와 부의 축적을 동시에 달성해 가고 있는 IT분야 벤처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이 92년부터 97년 사이에 거둔 실적을 보면 유럽이 신생 벤처기업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유럽위원회(EC)의 재정적 후원을 받는 한 단체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럽에서 초고속 성장을 하는 5백대 중소기업중 컴퓨터, 통신, 정보 서비스 등 IT분야에서 활동하는 업체가 92년 1백50개였으며 97년엔 그 숫자가 50%가량 늘었다.

 더욱이 평균 고용창출 효과와 판매증가율에서 이들 IT기업은 리스트에 오른 다른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이들 소규모 IT 신생기업이 창출한 일자리가 1만3천여개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아메리카 드림」이 최근 들어 유럽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독일 텔레스사의 시그램 쉰들러 사장의 사례는 이런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베를린기술대학의 운용체계(OS)분야 교수였던 그는 15년 전 2만달러의 예금을 털어 이 회사를 설립하고 통신장비 공급사업에 뛰어들었다. 90년대 들어 미국과 유럽의 벤처자금을 끌어들여 종합정보통신망(ISDN) 회선장비 제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쉰들러 사장은 지난해 6월 텔레스를 독일 증시에 상장했다.

 97년 기준으로 매출액 6천3백만달러, 순익 1백67만달러에 불과한 텔레스지만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으면서 현재 주식 시가 총액은 1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그 결과 쉰들러 사장도 일약 갑부의 대열에 들었다.

 IT혁명을 따라잡기 위한 유럽 기업인들의 벤처정신과 그에 따른 부의 축적 기회가 새로운 스타들을 잇따라 탄생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이중엔 유럽 단일통화 체제인 유로시대가 출범하면서 특수까지 즐기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해로 정하고 좀더 빠른 성장을 목표로 질주하고 있다.

 프랑스의 인포 레알리테도 그중의 하나다. 시장수요를 반영해 수시로 변하는 가격표를 실시간으로 인쇄할 수 있는 잡화점용 전자표지(라벨) 인쇄기를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92년 이후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유로 특수가 겹쳐 어느해보다 바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체제의 출범으로 유럽의 유통매장들이 각국 통화와 유로의 두 가지로 상품가격을 표시하면서 이 회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벤처기업들의 활동은 앞으로 인터넷 붐을 타고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 유럽의 인터넷 이용인구는 25%이며 2002년까지 40%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아이오나의 경우도 이같은 추세에 따라 기존 소프트웨어를 인터넷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활발한 사업전개로 IT분야 인력공급 업체들도 덩달아 신바람을 내고 있다.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컴퓨터 리크루트먼트사의 경우 자국내 IT 인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고성장세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는 국경을 넘어 독일 등지로 사업무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유럽의 한 벤처기업가는 유럽에서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이제 유럽인들도 성공담을 들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