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파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때 그녀는 8년 전 지금의 남편 김 회장을 처음 만났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서울에서 여자대학을 다녔어요. 시골 농촌이 집인데 부모는 가난한 농사꾼이었어요. 소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전교 수석을 해서 대학에 쉽게 진학했어요. 67학번이죠. 대학 입학성적도 좋아서 나는 장학금을 받았고 그것은 4년 내내 받았어요.』
『전공은 무엇이었나요?』
『경제학과예요.』
『뜻밖이네요. 그런데 어떻게 컴퓨터에 관심을 두었나요?』
『당시 내가 입학할 때 우리나라에는 전자학과라든지 컴퓨터학과는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 기억나는 것은 내가 입학하던 해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도입해 신문에 나던 것을 보았던 것이예요. 아시는 바처럼 그것은 IBM의 「IBM 1401」이었지요. 같은 시기에 후지쯔에서 도입한 「파콤 222」가 있었지만 IBM이 더 떠들썩했던 기억이 나요. 미국에서는 「유니백 I」가 상용된 것이 51년인데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컴퓨터 역사는 미국에 15년 뒤진 셈이 되지요. 「IBM 1401」은 미국에서 59년에 개발된 것으로 트랜지스터를 주기억장치로 사용한 2세대 컴퓨터였어요. 그 후 64년에 집적회로(IC)를 이용해 3세대 컴퓨터 「S/360」을 개발할 때까지 「IBM 1401」은 세계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어요. 당시 「S/360」이 있었지만 경제기획원에서는 「IBM 1401」을 구입해 인구센서스 자료를 처리했어요.』
그는 내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를 회상하듯 들려주었다. 그 정보는 그녀가 당시 경제학과를 전공하면서 알게 된 것이라기보다 후에 KIST에 들어가서 알게 된 것 같다. 「IBM 1401」은 주기억용량이 16KB에 불과해서 성능면에는 XT급 PC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본체가 캐비닛처럼 컸고 보조기억장치·인쇄장치·항온항습기·하네스 등 부대설비가 따랐다. 경제기획원에서는 그것을 1년 반 정도 쓰다가 3세대 컴퓨터인 「S/370(모델40)」으로 바꾸었다.
『컴퓨터의 발전은 아침에 일어나면 달라진다는 말이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옛날 이야기 같아요.』
나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경제기획원에서 「IBM 1401」을 구입한 지 한 달 뒤에 생산성 본부에서 「파콤 222」를 구입했어요. 「파콤 222」는 61년에 일본 후지쯔에서 개발한 것으로 비슷한 성능이지만 조금 낫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