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업계에 판도변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동안 전화기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 대기업이 중소업체에 전화기사업을 속속 이관하거나 통폐합, 사업정리 등을 통해 활발한 구조조정작업을 벌이는 있는데다 맥슨전자·한창·해태전자 등 전문 전화기업체도 경영악화로 전화기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화기업계는 삼성·LG·현대·맥슨·한창·해태·태광산업·대우통신·한화정보통신 등 9개 업체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던 데에서 올해를 기점으로 삼성·LG·태광산업·대우통신·한화정보통신 등 5강 구도로 압축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 통신기기업체인 노비타에 전화기사업을 이관키로 했다. 노비타는 우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삼성전자에 전화기를 공급하며 앞으로 상품기획에서부터 제품개발까지도 이관받을 계획이다.
LG전자도 전화기분야를 비롯한 통신기기사업을 LG정보통신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LG의 전화기사업은 LG정보통신을 통해 명맥을 유지해 나가게 됐다.
이에 앞서 현대전자는 전화기 개발에서부터 생산까지 전과정을 중소업체에 이관해 사실상 전화기사업을 정리했다. 대기업 가운데 그나마 전화기사업을 활발하게 벌여왔던 대우통신과 한화정보통신도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키로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사업부를 수출위주로 재편했다.
맥슨전자·한창·해태전자도 최근 화의신청이나 모기업의 부도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산라인을 부분 가동하거나 대리점 수를 줄이는 등 전화기사업을 크게 축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시장을 겨냥해 신제품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는 태광산업·대우통신 등에 머무르고 있다.
전화기업체가 이처럼 구조조정을 활발히 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크게 떨어져 국내 전화기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국내 전화기시장은 IMF 이전만 해도 연간 2천5백억∼3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다른 통신기기와 비교해 매력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였지만 최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절반 정도로 크게 줄었다.
여기에 오는 2000년부터 유무선전화기가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제외돼 외국업체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막강한 자금력과 뛰어난 마케팅 기법을 무기로 물밀듯 들어오는 다국적 사단과 겨루기에는 버거운 것이 국내 전화기업체의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산요·필립스 등이 국내 전화기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활발한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이같은 외부 변수로 전화기업체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시장 규모를 놓고 볼 때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너무 많은 업체가 난립돼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전화기부문 역시 경쟁력 있는 전문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