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다폰"의 "에어터치" 인수 파장

 영국의 보다폰이 미국의 에어터치 커뮤니케이션스를 5백6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세계 이동통신업계는 물론 국내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보다폰은 그동안 한국시장 진출을 꾸준히 추진해온데다 에어터치가 신세기이동통신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보다폰의 에어터치 인수를 계기로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업체가 탄생했음은 물론 이를 통해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다국적 기업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터치 인수는 당초 벨애틀랜틱·보다폰·MCI월드폰 등 3파전 양상을 띠면서 새해 벽두부터 전세계 이동통신업계의 화두가 됐는데 특히 최초 벨애틀랜틱이 제시한 4백50억 달러보다 1백10억 달러나 더 많은 가격에 최종 결정됐다. 또한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에서는 에어터치와 보다폰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반면 벨애틀랜틱 주가는 하락함으로써 이동전화사업에 대한 통신업계의 관심을 대변했다.

 이로써 보다폰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의 위치를 차지한 동시에 연간 3백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과 관련, 보다폰이 미국 진출 계기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 AT&T가 장악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는 당분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에어터치가 현재 한국·일본·인도·벨기에 등 세계 11개국에서 전개하고 있는 이동통신 관련 사업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확실한 선두주자 없이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시장의 경우 최대 다국적 기업의 합병으로 야기되는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에어터치는 지난 94년 5월 이동전화 017사업자인 신세기통신 설립 당시부터 지분 10.68%를 확보하고 1명의 이사를 파견하는 등 경영에 참여해 왔다. 따라서 보다폰의 에어터치 인수로 보다폰의 신세기통신 경영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보다폰이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국내 이동통신시장 직접 진출을 타진해 왔던 데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다폰은 지난해 한국통신의 SK텔레콤 지분 18.35%를 프리미엄 없이 구입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지분이 확보되면 곧 합작회사를 만들어 국내 이동전화서비스업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제의를 내놓았으며 또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IMT 2000의 핵심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데도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한국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온 보다폰으로서는 이번 에어터치 인수로 얻게 되는 신세기통신 지분은 소원을 성취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번 합병은 미국과 유럽 당국으로부터 승인이 떨어지는 올해 말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년 초부터 보다폰의 국내경영 참여가 가시화하면 국내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SK텔레콤과의 밀애를 추진해 오던 보다폰이 신세기통신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국내시장에서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은 현재 활발한 외자유치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텔레콤이 영국 브리티시 텔레컴, 한솔PCS는 벨캐나다, 한국통신프리텔은 미국 캘러헌과 각각 외자유치를 통해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보다폰의 에어터치 인수는 이같은 국내업계의 외자유치경쟁에 불을 지핌으로써 자칫 과열양상을 야기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국내시장에 안주해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보다폰의 한국 진출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활발한 자본유치와 제휴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는 동시에 선진 서비스 기법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IMT 2000 등 차세대 기술 개발 분야에서도 우위를 확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이 보다폰이 사상초유의 거금을 들여 에어터치를 인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