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연동센터 구축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 인터넷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인터넷연동센터(KINX) 구축사업이 또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데이콤에 KINX를 두기로 했던 사업자간 협의가 지난해 12월 깨지면서 데이콤과 현대정보기술·나우콤·아이네트 등 다른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 회원사들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논의 초기부터 KINX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사건의 추이를 살펴보기로 했던 한국통신이 완전히 등을 돌렸으며 한국전산원마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KINX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KINX는 원만히 구축되는 듯했다. 비록 한국통신이 참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데이터통신서비스 분야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데이콤이 KINX를 떠맡음으로써 국내 인터넷 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데이콤과 여타 회원사들이 약간의 의견대립을 보였지만 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들어 KINX 구축 논의는 급반전됐다. 데이콤을 제외한 회원사들이 데이콤과 협의를 지속할 수 없다며 한국전산원에 KINX 운영센터를 설치키로 하고 이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KINX 운영센터 환경과 운영비에 대한 의견차이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양측의 평행선은 지난 7일 정보통신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도 일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회원사들은 14일 모여 최종적으로 「한국전산원에 KINX를 두기로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다음달초 작업에 들어가 월말까지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국전산원측은 『전체 회원사들의 합의가 있기 전까지 공간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KINX가 공중에 뜬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관련, 회원사들은 『데이콤과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이면 한국전산원에 KINX를 설립, 뜻을 같이하는 회원사들만이라도 모여 국내 인터넷의 효과적인 상호연결성을 제공하고 멤버간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데이콤측은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데이콤은 『국내 인터넷트래픽이 갈수록 증대되는 상황에서 24시간 네트워크를 관리하기 힘든 한국전산원에 KINX를 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하며 『회원사들이 이를 고집할 경우 할 수 없다』고 말해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데이콤은 이와함께 결렬된 협의에 대해서도 『회원사들이 데이콤으로선 수용하기 힘든 조건만을 요구해 왔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손해보는 행동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데이콤은 현재 KINX 설립논의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데이콤에 먼저 KINX를 두고 한국통신이 또 다른 KINX를 구축하도록 협의, 인터넷 운영의 효율화를 꾀할 생각이었다』며 『한 개의 인터넷연동센터를 운영하자는 회원사들의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통신은 데이콤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최대 데이터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의 생각은 분명하다. 그동안 KINX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해온 한국통신은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인터넷연동센터를 2, 3개 정도 두고 있다』며 『여러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운영의 투명성 측면에서도 하나의 연동센터를 갖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 KINX 설립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터넷연동협의회 회원사들의 생각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인터넷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단체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 상황대로라면 KINX 설립은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거대기업인 한국통신은 물론 데이콤마저 참여를 거부한 상황에서 설립되는 KINX는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사업자들이 다시 모여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