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환기산업 구조조정 서둘러야

 교환기산업 구조조정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 대내외 시장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해당사업자들의 경영전략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동전화·무선호출 등에 초점을 맞춘 정보통신 구조조정이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누누이 지적돼온 교환기산업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올 들어 교환기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 및 실현 가능성이 당장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교환기산업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론화시키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교환기산업이 자칫 공멸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체제 속에서 공멸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한 자생력 배양, 나아가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지상명제가 우리의 교환기산업에 떨어져 있는 것이다.

 국내 교환기업계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경영수지상으로도 거의 모든 업체가 이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우리 경제 전체를 엄습하면서 투자를 대폭 축소한 통신사업자들 탓에 물량공급은 최소한으로 줄었다. 한동안 교환기산업의 숨통을 터주던 수출 역시 정부가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을 동결하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에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국내 교환기업계의 균형성장 및 기술발전을 위해 그간 암묵적으로 발주물량을 분배(?)해 왔던 한국통신이 경영혁신을 기치로 교환기 입찰에서도 철저한 시장원칙을 관철시키겠다고 나서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교환기업계의 최대기업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국내 업체와 가격경쟁을 선언하고 한국통신 입찰에 적극 참여, 공급권을 잇달아 따낸 것은 국내 교환기업체들에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값싸고 성능 좋은 제품이라면 국산이건 외산이건 가리지 않겠다는 수요처의 의지는 너무도 당연하다. 이 당연한 조치로 인해 사실상 나눠먹기식으로 내수시장에 안주해 왔던 국내 교환기업계는 사업 시작 이래 가장 어려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교환기업계는 정책과제로 국산 전전자교환기를 개발, 우리의 교환기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고 한국통신이라는 최대 수요처가 이를 안정적으로 소화, 어느 정도의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완전경쟁체제에 노출되어 있고 한정된 내수시장 수요도 2∼3년 후에는 급격히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4, 5개에 이르는 거대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도 통신장비, 그 가운데서도 교환기산업은 대부분 1국 1, 2개사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력과 자금력이 집중되어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1등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이다.

 물론 국내 교환기업계는 교환기를 통해 파생되는 엄청난 전후방 기술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향후 2조원 이상의 내수시장도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앞으로도 유효한 상황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이제는 자금과 기술이 월등한 루슨트 같은 세계적 사업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마침 교환기산업의 구조조정을 논의할 만한 여건은 성숙되었다. TDX100 공급권을 갖고 있는 대우통신이 외자유치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TDX100의 기술이전은 대우통신이 그대로 유지하든 혹은 외국 기업에 넘어가든 간에 구조조정의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전자 역시 정보통신부문 매각을 천명했다. 만약 국내 기업이 이를 인수할 경우 전체 정보통신 장비산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교환기산업의 발전과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도 구조조정 논의가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