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서비스
올해 PC통신서비스시장은 「성장지속, 경쟁치열」로 요약된다.
지난해 5백2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총 3천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PC통신서비스업체들은 올해도 성장세를 지속, 7백60만명을 유치해 4천2백억원을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30∼40% 정도 커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업체들이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이 성장세에 접어든만큼 기대해볼 만한 수치다.
그러나 PC통신서비스사업자들은 올 한해가 온통 핑크빛 일색이라고 생각지는 않는 모습이다. 시장이 커지는 반면 이를 잡기 위한 사업자간 경쟁은 보다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벌어진 가입자확보 경쟁은 소규모 전초전일지도 모른다는 게 사업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올해는 「아마게돈」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로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의 거대화·통합화를 들 수 있다. 규모를 키우지 않고서는 치열한 싸움에서 밀려나며 종래에는 시장지배력을 잃고 근근이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게 PC통신사업자들의 공통된 의식이다.
PC통신서비스사업자의 거대화는 가입자에 달려 있다. 얼마나 많은 수의 가입자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결국 가입자 규모가 상위 2, 3위권에 랭크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사업자들간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이 예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입자를 한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해 중반 이후 불붙기 시작한 마케팅 경쟁이 올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 경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요금인하다.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 12월 삼성SDS의 유니텔에 의해 시작된 서비스 한달무료 행사는 이달들어 모습이 바뀌어 한국PC통신 하이텔이 도입한 가입자 인센티브제로 옮겨갔다. 천리안 운영업체인 데이콤도 공공연하게 요금인하를 외치고 있다. 시장의 기미가 이상하면 언제든지 요금을 내릴 용의가 있다는 게 데이콤의 설명이다. 다른 사업자들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지 요금을 인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마케팅 경쟁은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사업자별로 인쇄매체는 물론 비용이 많이 드는 TV광고를 통해 가입자를 끌어들이게 됐다. SK텔레콤(넷츠고) LG인터넷(채널아이) 등 후발주자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시도됐던 TV광고에 기존 업체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철 등 사람이 보거나 모이는 곳에는 언제든지 PC통신 카피와 로고가 물결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넷과 PC통신의 통합서비스가 가입자 유치의 선봉장이다. 데이콤·하이텔·나우콤 등은 올해초부터 경쟁적으로 통합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단순한 서비스 플랫폼으로는 네티즌들의 멀티미디어 정보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인터넷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말까지 70∼80% 공정을 끝마칠 계획이다. 반면 삼성SDS·SK텔레콤·LG인터넷 등은 기존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을 더욱 향상시켜 포털서비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PC통신서비스업체들의 시장점유 경쟁에 가장 강력한 변수로 떠오르는 것은 외자유치와 모기업으로부터의 분사다. 분사나 외자유치는 절대선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업체들은 누가 먼저 이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국내 PC통신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사나 자본유치를 통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후 이를 기반으로 PC통신시장을 휘어잡겠다는 각 업체들의 전략이 어떤 결과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