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서비스 가입자수가 지난해 말 5백만명을 돌파했다.
지금의 PC통신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PC-서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89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5백만명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약 10%에 해당한다. 강산이 거의 한번 변하는 시간 동안 열명 가운데 한명씩은 PC통신을 이용하는 환경이 국내에 정착된 셈이다.
PC통신서비스 시장 역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자들의 총매출은 연간 3천억원을 약간 웃돌았다. 거의 모든 사업자들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실적은 지난해 IMF 한파로 모든 경제부문이 몸살을 앓았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모양새다. PC통신 인구가 5백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국내에서 통신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정보화가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정보화는 정보의 유통이 원활해지는 것을 뜻한다. 지역격차나 시간제약 없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보가 자연스럽게 교환되는 분위기가 정착됐을 때 정보화는 완성을 보게 된다. PC통신은 바로 그 선봉에 서있다. PC통신 게시판은 정보교류의 장이며 수백개의 동호회는 관심사를 나누는 마당이다.
PC통신에 실리는 뉴스는 한반도 구석구석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으며 정보제공자(IP)의 자료는 법률·의학·경제·과학 등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분야의 정보를 아주 쉽게 제공하고 있다. 5백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24시간 생활하며 정보화 테두리에 하나둘 모여들었던 것이다.
PC통신 사용인구가 5백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와 함께 국민의 정보화 마인드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처음부터 PC통신이 이처럼 각광받았던 것은 아니다. 1백만명을 넘어선 것이 96년이며 3백만명을 웃돌았던 것도 97년의 일이다. 거의 2년 만에 4백여만명이 PC통신에 몰려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시기는 인터넷이 세계인의 생활패턴을 바꿀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때였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PC통신 인구의 가파른 성장세는 「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정보화 마인드가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에게까지 깊숙이 각인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PC통신으로 많은 일을 했다.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도구로 활용했는가 하면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정부정책의 허와 실을 꼬집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네티즌이 대구 가스폭발에서부터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서울 모 초등학교 학생체벌 사건을 거쳐 최근에는 판문점에서 발생한 김훈 중위 사망사건과 국회 529호실 문제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누구보다 먼저 알리고 이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 PC통신은 유용하게 쓰였다.
특히 97년에 있었던 대통령후보 PC통신 토론회는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건으로 PC통신의 영향력을 그 무엇보다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화려한 과거는 급기야 PC통신의 지위를 신문·라디오·TV에 이어 「제4의 매체」로까지 격상시켰다.
여기에는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의 역할도 컸다. 보다 좋은 서비스 환경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국내 정보통신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은 PC통신의 대중화를 불러왔으며 기술개발 경쟁은 네티즌들이 편리한 환경에서 PC통신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했다. 그 노력이 지난해 3천억원 이상의 매출로 돌아왔다.
물론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익명이 보장되는 PC통신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난무했다. 걸러지지 않은 생각과 무의미한 주장들이 어지러이 펼쳐졌다. 결국 이를 기화로 명예훼손과 관련한 법정소송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음란정보들이 판치는가 하면 지난해 말에는 파트너 교환그룹 성관계 모임이 만들어져 PC통신 유해성 논란까지 펼쳐졌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PC통신서비스는 아직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모든 현상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긍정적인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논리다. 부정적인 면이 크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뒤집을 정도로 커지지 않는다면 PC통신의 미래는 밝다는 주장이다.
올해도 PC통신은 고도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올해 가입자수가 7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2000년에는 1천만 가입자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PC통신과 인터넷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 환경을 개척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1년 이후 PC통신이 어떤 모습을 갖춰갈지 주목된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