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통신서비스 시장이 IMF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97년에 비해 가입자수는 40% 이상, 사업자들의 매출은 30% 가량 상승했다. 그 어느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성장세다. 더욱이 지난 96년 이후 나타난 경과치를 보면 놀랄만 하다. 96년 총가입자수가 1백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97년에 3백만명을 돌파했으며 98년말에 5백만명을 뛰어넘는 가입자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PC통신서비스 환경을 보면 더욱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떻게 이러한 환경에서 PC통신 가입자가 매년 수십%씩 늘어났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네티즌들이 각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C통신 이용 도중에 접속이 끊기는 것은 그나마 양호하다. 아예 접속이 안되는 경우도 있으며 신호음만 갈 뿐 화면내용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 과하게 사용했다 싶으면 전화요금과 사용요금을 합쳐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정보를 얻는 대가는 치러야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PC통신을 이용하고 있다. 불만을 표출해 보지만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기 십상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는 어떠한 해결책도 나올 수가 없다.
네티즌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은 통신환경의 열악함이다. 한마디로 접속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며 연결됐다 하더라도 속도가 느려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웬만한 파일 하나 다운받으려면 한두시간은 감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통신인프라 부족으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진단한다. 노후회선이 도처에 깔려있으며 이를 개선하는 작업도 자금과 인력문제로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의 원인은 국내 통신회선을 관리하는 한국통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 PC통신사업자의 장비나 사용자의 하드웨어 환경도 쾌적한 PC통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통신이 보유한 회선이 고품질일 경우 이같은 불만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신료가 비싼 것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시내전화요금은 정액제로 운용되고 있다. PC통신을 아무리 사용해도 비용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사정은 다르다. 일반 전화회선보다 40% 저렴한 014XY망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 많으며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기 때문에 PC통신 사용료보다 전화요금 사용료가 더 많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와 함께 PC통신의 유료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도 네티즌들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게시판·채팅코너 등을 제외하고 PC통신에서 쓸만한 정보는 모두 유료다. 대부분 분당 1백원에서 많게는 5백원을 넘는 것도 있다. 물론 IP들이 제공하는 각종 정보를 무료화하기는 어렵다. 수익자부담 원칙에서도 그렇다. 문제는 이용료가 갈수록 상향조정된다는 점이다. 멀티미디어정보가 본격적으로 제공될 경우 얼마만큼 사용료가 올라갈 것인가 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PC통신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환경이 마련되는 것도 PC통신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 카페가 들어서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보편화 단계는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PC통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정착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현재 PC통신서비스 업체가 너무 많다는 것도 저해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다다익선의 원칙은 PC통신분야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6개나 되는 업체들이 서비스 외적인 문제에 너무 치중할 경우다. 지난해 말부터 가열되고 있는 마케팅 경쟁이 좋은 본보기다. 업체들이 벌이는 가입자 유치경쟁은 전쟁이라는 용어가 적당할 정도로 치열하다. 덕분에 PC통신 한달 무료이용은 거의 관례화가 되다시피 했다.
가입비를 부과하는 업체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럴수록 늘어가는 것은 업체들의 출혈이다. 플랫폼 개발과 회선 확충, 신규서비스에 들어가야 할 비용이 모두 가입자 유치분야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이럴 경우 사업자는 물론 정당한 요금을 내고 PC통신을 사용하는 가입자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업계전문가들은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이제부터라도 과열경쟁을 자제하고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석,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환경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를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PC통신서비스 환경 또한 격변의 소용돌이에 들어간 지 오래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세져 PC통신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PC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지금부터 해야할 일은 기간 통신사업자와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 통신환경을 개선하고 누구나 PC통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정부 역시 정보화의 첨병으로 활동중인 PC통신이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활성화 저해요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