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인터넷 무역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에서 선진국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터넷 무역알선업체를 적극 육성하고 중소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 1만개와 전자 상품카탈로그 5만개를 제작, 수출활동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해외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 한국상품 소개 코너를 만들어 우리나라 상품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이는 21세기 사이버 무역시대에 발맞춰 우리나라 수출환경의 선진화를 이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걸게 한다. 올해 들어 전자거래법이 제정되고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물품대금에 대해 부가세를 경감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시점에 이번 인터넷 무역 활성화 조치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무역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또 같은 내용의 대책을 발표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사이버 무역시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즉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바이어와 신속하게 각종 상품정보를 주고받으며 수출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해외영업망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물론 대기업들마저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게 돼 결국에는 올해 목표로 잡고 있는 2백5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이번 대책이 그동안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인터넷 무역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지금과 같은 특정업무에 한해 이루어지는 인터넷 무역거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인터넷을 통해 무역거래를 알선하고 있는 곳은 많다. 정부투자기관으로 한국무역정보통신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있고 산하단체로 한국무역협회도 있다. 여기에다 일반기업으로선 와마켓코머스시스템 등 인터넷 전문업체를 비롯해 나름대로 자신들의 특색있는 홈페이지를 개설, 외국바이어들이 손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업체들도 수천개에 이른다.
외형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인터넷 무역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는 상품정보 제공과 무역거래에 대한 일반 컨설팅업무에 주로 활용될 뿐 무역 및 통관 등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수출입관련 정보제공 이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중기청이 지난 96년부터 인터넷중소기업관을 개설하고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전자 카탈로그로 제작해 인터넷에 배포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중소기업들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 및 전자 카탈로그의 제작으로 인해 인터넷 무역이 활성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일지도 모른다.
최근 전자거래법이 제정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무역거래의 법적토대가 마련된 만큼 모든 수출입업무가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인터넷을 통한 상품제공보다 제품의 생산·판매·구매·운송·통관 등 모든 수출입업무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업무절차와 무역거래의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는 것이 좀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한 무역이 수출에 따른 부대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편리한 거래수단이긴 하지만 사기꾼들에 의한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신용장 개설이나 선적에 앞서 바이어들의 신용상태를 파악해 인터넷 무역을 통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해 주는 시스템의 구축도 시급하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천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수립했더라도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들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수출확대에 확실한 촉진제가 되도록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