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단말기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잡게 되나.」
올해 이동전화 단말기시장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제조사가 팽팽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주도권 다툼은 지난해부터 심심치 않게 거론돼왔던 부분이나 올해들어 수입선 다변화 품목해제와 출시모델 다양화 등 변수가 많아지면서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특히 의무가입 기간이 폐지되는 올 하반기부터는 단말기가격 인하를 동반한 보조금 축소가 불가피해 주도권 확보를 필수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사업자들에 유리한 변수가 많아 일단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개인휴대통신(PCS)의 등장을 기점으로 5사 모두 치열한 가입자 경쟁을 벌이던 지난해만 해도 심심치 않게 단말기 구득난이 발생, 당혹스런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와 달리 가입자 증가폭은 다소 둔화되는 데 비해 공급 단말기의 수와 종류는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구득난 해소는 물론 가격협상도 한결 쉬워진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부터 해제되는 일본산 이동전화단말기의 수입선 다변화 품목해제는 사업자들에 제공된 또 하나의 유리한 변수다. 국산 제품보다 다소 저렴한 외산 단말기들이 대거 유입되는 것은 물론 신규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제조사들도 많아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회사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단말기시장에 새로 진출한 SK텔레콤과 한국통신프리텔은 타사보다도 한결 여유롭다. 제조사와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생산물량을 늘려 이에 대응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동전화서비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단말기 부분에 대해 결정된 바가 적다』며 『시장추이를 지켜본 후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상황이 다르고 양측의 탐색전도 치열해 굳이 앞서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의 이같은 낙관론을 두고 제조사들은 다소 분노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업자들이 단말기시장에 진출할 당시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던 공급과잉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스럽다. 제조사들은 자칫하면 제살깎기식 과당경쟁만을 불러올 수 있으며 애써 가꾼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에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저가만 요구하는 사업자들이 문제』라며 『단말기 가격은 합리적인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양측의 주도권 다툼이야 이미 예견된 바지만 대립양상으로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서로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말기시장에 불어닥칠 크나큰 변화를 맞아 양측의 주도권 다툼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주목된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