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공학교육 개선방향

 최근 국내에서도 미국의 공학·기술교육인증협의회(ABET)와 같은 「한국공학교육인증위원회(ABEEK)」 설립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교육이 미국의 제도나 내용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인증목표와 평가방법에 있어서도 미국을 따라가면 대체로 큰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관심도가 미국의 그것과 다른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물론 평가방법에 있어서 계량적 평가나 정성적 평가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공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성적 인증평가 방법이 개발돼 이러한 고민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기술화 현상과 기업화 현상을 지양하고 미래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문화전통의 단절 현상과 사회적 비인간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공학교육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론 교육기관의 특성에 따라서 특색있게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평가하겠지만 평가 방향의 제시가 우리 나라의 교육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평가대상 영역의 식별과 그룹핑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기·전자·컴퓨터 공학 및 이와 유사한 공학 프로그램은 영역이 매우 광범위하다. 미국의 경제와 산업구조가 우리와 다르고 교육에 대한 인식이 다르며 컴퓨터 공학 및 그 관련학과를 설립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보완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컴퓨터공학은 컴퓨터의 설계와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전문가의 양성을 목표로 한다. 컴퓨터를 도구로 활용하는 모든 영역의 전문가를 위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엔지니어를 교육시킨다. 전기나 전자보다는 그 응용영역이 너무 넓어서 자연과학뿐만 아니고 사회학·문학·예술의 분야에까지 확대된다.

 더욱이 멀티미디어를 교육자료로 다루어야 하는 컴퓨터공학은 보기 좋은 표현과 기술 능력에 국한하지 않고 느낄 수 있는 예술적 감각을 요청하고 있다. 인증 분야의 식별을 너무 세분하게 되면 기준을 잡아가기가 어렵기도 하겠지만,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에 대한 특징을 감안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될 컴퓨터공학과 그 관련 분야의 식별은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다가오는 21세기의 정보사회에서 요청하는 교육전략은 열린교육 체계의 도입이다. 시간적·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개인의 의견과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된다. 열린교육은 교육자와 피교육자, 교육 방법과 내용, 그리고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이뤄 나가야 한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개별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하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교수법을 개발해 전통적인 캠퍼스의 학습기능을 확대시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된다.

 범세계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을 유도할 수 있는 평가지침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정보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공학 엔지니어의 목표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태도와 융통성을 중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지식 관리를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각자가 가진 데이터를 호환해 사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제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협동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일하는 방법을 개선하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로 성실하게 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면에 관심을 갖고 우리 교육 현실을 감안한 평가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면 우리의 교육목표는 새로운 역사 창조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러한 목표가 우리들의 교육열과 만날 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공학교육인증위원회가 전문인력의 양성과 새로운 지식의 축적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의 교육목표를 새롭게 정립시켜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경환 한국정보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