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반전자교환기 조기 교체.. 정보고속도로 구축 차질 우려

 반전자교환기를 전전자교환기로 조기 대체하는 문제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왔던 가입자망 고도화를 중심으로 한 정보고속도로 조기구축사업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된 반전자교환기를 올 하반기부터 2002년까지 전전자교환기로 조기 대체하는 데 합의했으나 막대한 투자재원 마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보고속도로 구축사업의 지연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은 최근들어 통신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에 따라 사업구조의 악화로 순이익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있는 상태이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 명예퇴직이나 사업퇴출 등 구조조정 여파로 이에 대한 자금집행이 늘어나 신규 투자여력이 제한된 상태여서 주목된다.

 한국통신은 당초 올해부터는 일반공중전화망(PSTN)부문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반면 데이터통신과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마련했으나 반전자교환기 조기 철거문제가 대두되자 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우선 병행투자를 위한 재원확보를 정부와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정보고속도로 투자에 대한 우선순위 배정을 재고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통신은 반전자교환기의 조기대체를 추진하면 내년부터 2002년까지 교환시스템, 전송망 확충, 전화국사 신·증축 등에 3조3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반전자교환기 철거와 정보고속도로 구축사업을 병행 추진할 경우 5조원 상당을 2002년까지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은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통신요금의 대폭인상, 주식예탁증서(DR) 해외발행물량 투자재원으로의 전환, 세제혜택, 정보화촉진기금의 저리융자 등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투자재원 확보문제가 정부와의 협의에서 여의치 않게 처리될 경우 종합정보통신망(ISDN)은 물론이고 광가입자망을 중심으로 한 가입자망 고도화 및 기간전송망 대용량화, 비동기전송모드(ATM) 교환망 구축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은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초고속망 구축사업 전개를 계기로 ATM교환기, 대용량급 기간전송망장비, 디지털가입자회선(xDSL) 및 광가입자망(FLC) 장비 등에 대해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해온 상태여서 한국통신의 반전자교환기 철거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 통신사업자들이 PSTN에 대한 투자보다는 데이터통신 및 소프트웨어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보고속도로와 반전자교환기의 병행투자가 아닌 가입자망 고도화를 중심으로 한 정보고속도로사업의 투자축소로 이어진다면 장비업체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