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자판 한글배열 표준안 추진

 전화기 자판 한글배열 표준을 놓고 적지 않은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고 전화기 자판 한글배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표준안 개발자들이 선정과정이 공정치 못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한글배열 개발자들이 TTA 산하 표준위원회와 별도로 「전화기 자판 한글배열 개발자 협의회(한개협)」를 구성, 시정요구서를 TTA에 보내고 정보통신부에 민원을 신청하는 등 실력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부터 추진해온 전화기 자판 표준안 작업이 2년이 넘어 가도록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답보상태에 빠져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동안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던 단말기와 서비스업체는 표준안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자체안을 만들어 단말기에 채용하는 등 표준안이 마련되더라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전화기 자판 한글배열 표준화 작업은 지난 95년부터 개발자와 단말기업체에서 간헐적으로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TTA에서 각계 전문위원 24명으로 구성된 「전화기 자판 한글배열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화됐다.

 전화기 자판 표준화는 한마디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신용카드 조회기·일반전화기·이동전화단말기 등 푸시버튼 방식 자판 각 숫자버튼에 한글 자음과 모음을 대응해 그 배열을 표준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화기 등 각종 단말기를 정보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며 단일 표준으로 한글표시 제품 사이의 호환성을 확보하고 한글배열 독자개발로 인한 중복투자를 방지하자는 목적이다.

 TTA는 지난해 각계에서 총 20여개의 안을 받아 우선 협상안 4개안을 선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탈락된 개발자들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 왔다. 이에 따라 탈락된 개발자들로 구성된 한개협은 표준 제정과정에서 표준화 위원이 비전문적이고 진행과정이 비민주적이며 우선 협상안 선정과정이 비합리적이라며 반발해왔다.

 한개협은 TTA와 정부에 보낸 시정요구서를 통해 『우선 전체 24명 위원 가운데 해당분야에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특별위원은 4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TTA 산하단체에서 선임했으며 그나마 대부분의 특별위원도 표준 선정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과정에서 표준안이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 표준이 될 중요사항을 평가하면서 20여차례에 이르는 회의가 있었지만 회의 때마다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 참석해 소수의견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고 제안자들에게는 별도 의견과 보충설명을 들을 기회도 없이 무성의하고 다급하게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TTA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별도 평가표를 작성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표준안 선정과정에서도 수시로 채널을 열어놔 불만과 건의사항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TTA는 이같이 표준안에 대한 논란이 거듭됨에 따라 선정된 4개안에 최근 개발자들이 새로 제안한 8개안을 받아들이고 재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한개협은 표준위원회 평가위원과 평가내용을 못 믿겠다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이같은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단말기와 서비스업체, 개발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글배열 표준안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