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96)

 『용식이하고 같이 입대하지 않아. 나는 보름 후면 입영이야.』

 배용정이 소주잔을 비우면서 말했다. 그는 안주는 전혀 입에 대지 않고 소주를 홀짝거리고 마셨다. 그렇게 마시다 보면 술이 취할 것이고 술이 취하면 습관적으로 가는 곳을 또 가려고 할 것이다. 술이 취하면 그가 가는 곳은 사창가였다.

 『형, 그만 마셔요. 그러다가 취하겠어.』

 내가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술이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지 뭐 하려고 마시는 거니? 대관절 술은 왜 마시니?』

 『형은 취하면 타락하잖아요.』

 『여자 만나러 가는 것을 타락이라고 생각하니? 너는 사창가가 우리 시민의 정신건강을 얼마나 지켜주는지 모르고 있구나. 사창가야말로 고달프고 외로운 시민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돌파구라는 것을 알아야 해. 여자의 몸은 돈 주고 살 수 없다는 관념 때문이지만 실제로 그것은 인류창조 때부터 오랜 전통을 가지고 내려온 상행위에 불과해. 옛날 유인원들에게는 가정이란 개념이 없었지. 남자가 사냥을 해서 먹을 것을 가져오면 여자는 몸을 주고 그 먹을 것을 나눠 먹었지. 그것이 발전해서 오늘날의 가족제도가 생긴 거야. 유인원 때 사냥해온 것을 나눠 먹으면서 구멍을 판 것이나, 지금 가족제도로 밤에 그 짓을 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형의 그 궤변은 여전하군요.』

 듣고 있던 김용식이 말하면서 웃었다. 배용정의 말에 김용식의 여자친구가 얼굴을 붉히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녀에 반해서 문춘호의 여자친구는 헤헤거리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들었다. 여자들이 술을 마시지 않고 오징어를 먹어대는 바람에 그것이 금방 없어졌다. 나는 부엌으로 나가서 김치를 꺼내 썰어서 가져왔다.

 『나는 보름 후면 떠나지만 내가 없는 동안 최영준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해둘 것이 있어.』

 『무슨 일인데요?』

 『회사일 말이야. 너 요새 회사에서 이상한 기류를 못 느끼니?』

 파벌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시 말해, 기술실장 허성규와 차장 이길주 사이의 반목은 패가 갈라져 다른 엔지니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