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벤처 육성방안과 비전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6일 전경련회관에서 「IMF이후 벤처육성방안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현실과 발전방향 등을 논의한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벤처산업이 우리경제 발전의 견인차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 자금이 융자보다는 투자형태로 지원돼야 하고 수요창출에도 많은 부분이 할애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대기업의 코퍼레이션펀드 구축과 벤처 오픈마켓 실현 등 벤처산업 육성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확충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날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허진호(사회·아이네트 대표)=새해 첫번째 모임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토론에 앞서 세분의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 우리의 벤처환경 및 인프라의 취약점과 개선돼야 할 정책방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각자 많은 의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서진구(미디어밸리 대표)=국내 벤처캐피털 규모는 현재 2조원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벤처기업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규모가 지금보다 5, 6배 정도 더 커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또 벤처캐피털업체가 70여개 있지만 대부분 투자실적이 미미하며 이중 20여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투자보다는 융자 위주로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벤처캐피털의 자금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투자방식의 개선도 필요합니다. 정보통신부가 올해 벤처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은 약 3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회계 외에 정보화촉진자금 1조7천억원 정도가 있으나 대부분 융자형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를 융자방식으로 운용해서는 안되고 일부분이라도 투자개념으로 바꿔 운용해 창업투자쪽으로 자금이 흘러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선홍(벤처기업협회 연구실장)=현재 벤처정책은 분명히 창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단계에서 벤처정책을 벤처육성에 맞추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창업 이후에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생존해야 하며 시장은 인위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한상기(삼성전자 부장)=벤처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코퍼레이션펀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 등 많은 기업들이 코퍼레이션펀드를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법·제도적으로 막고 있어 법을 위반하지 않고서 코퍼레이션펀드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벤처가들도 대부분 벤처캐피털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자금운용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벤처기업과 펀드간 파트너십(협력)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죠.
△이인규(무한기술투자 대표)=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대기업의 코퍼레이션펀드 추진은 바람직합니다. 현재 벤처지원은 창업쪽에만 집중되다시피하고 있어 그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원이 없는 실정입니다. 신설 벤처기업의 성장곡선을 고려할 때 코퍼레이션펀드 추진은 연구대상입니다. 미국도 수십년이 지난 다음에야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벤처펀드가 완성됐다는 점을 미뤄볼 때 우리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만큼 적응하고 진화한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재구(인포머셜컨설팅 대표)=정통부 창업지원센터내 벤처들의 경우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정부의 벤처지원이 효율성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죠. 이들 입주업체들 중 80% 정도가 정통부나 중기청·노동부 등 관급 프로젝트나 용역에만 매달려 있는 등 매우 정부의존적입니다. 보육구조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벤처들이 영세 소기업 경영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실리콘밸리만 부각함으로써 허울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장병수(한국통신 IMT2000사업팀장)=벤처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해야 할 때입니다. 벤처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벤처창업은 잉태도 못하고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심지어 벤처정의를 「4, 5년전에 창업한 기업은 벤처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기준이 없습니다. 따라서 벤처를 보증해주고 홍보해줄 전문가집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정부차원의 제대로된 창업지원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이찬진(한글과컴퓨터 사장)=벤처기업은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회사로 정의하면 된다고 봅니다. 물론 벤처캐피털은 잠재적 가능성을 보고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되죠. 효율적이냐 비효율적이냐는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느냐 많이 드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현재 벤처가 안고 있는 문제는 정보 부재며 제도적인 것은 2차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 벤처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유도하면 나머지는 기업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양동(LG인터넷 대표)=성공한 벤처의 성공과 실패요인에 대해 벤치마킹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넘어온 하이테크 인력과 저임금 및 영어사용 등이 벤처산업의 경쟁력을 갖게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만은 미국에서 활동하던 엔지니어들이 대거 귀국해 활동한 데다 미국내 남아있었던 교포들간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도 이들과 연관한 성공요소들을 찾아 잠재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차재원(제이스텍 대표)=그동안 벤처관련 지원요구가 정부의 법·제도적인 측면에 대해 많았으나 지금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벤처기업 창업지원제도가 많아 지나치게 공급위주로 돼 이후 운용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정부의 자금지원이 일방적인 창업보다 소비쪽으로 집행돼 벤처관련 시장형성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벤처는 첨단제품 개발을 지향하는 만큼 첨단제품의 소비가 따라주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자동차 할부금처럼 정부가 관리하는 자금을 수요창출에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민간의 유휴자금을 벤처창업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김원식(정보통신부 협력기획담당관)=정부는 창업정신 활성화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력양성이라든가 금융제도를 정비하는 등 환경조성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지요. 게다가 앞으로 기술개발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사회=오늘 토론에서는 매우 중요한 얘기들이 논의됐다고 봅니다. 우선 정부자금이 융자보다는 투자와 수요창출로 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또 코퍼레이션펀드의 제도적 육성과 사회적 인프라, 오픈마켓의 필요성 등이 제기됐으며 기업가의 기업관에 대한 인식전환, 타지역의 벤처성공요인 분석과 실태파악의 중요성이 거론됐습니다. 아무튼 이같은 논의가 정책당국에 건의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합니다.
<정리=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