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네트워크시장 공략 나섰다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이 최대의 변혁기를 맞았다. 국내 네트워크사업을 선도해오던 삼성전자는 그동안 최대의 매출을 영위해오던 직판영업조직을 최근 과감하게 떨궈냈다. 국내 네트워크업계의 경우 네트워크 구축(NI)사업에 가장 큰 몫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로 과감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 기업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유통점 사장단 영업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유통정책」을 발표했다. 「신유통정책」의 주내용은 그동안 매출을 이끌어오던 직판영업을 멀리하고 네트워크 장비개발에 힘을 싣는다는 것이다. 즉 자체 유통의 몸집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유통의 「몸집줄이기」는 무엇보다 외산장비 도입 구축사업을 중지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 「몸집줄이기」는 직판영업에만 국한되어 있다. 기존 대리점을 통한 유통영업은 오히려 더욱 강화된다. 외산장비 도입 구축사업이 대리점까지 구속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대리점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업부는 분사라는 조직형태로 기존 직판영업팀을 도려냈다. 3백여개 대리점 중 또 하나의 큰 대리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삼성전자 기업네트워크사업부의 이같은 결단은 나름대로의 해법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은 반도체에서 시작된다. 이후 이동통신단말기로 옮겨왔고 다음단계는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궤도다. 이 와중에 IMF라는 된서리를 맞았다. 투자비용을 줄여야 하는 입장에서 네트워크사업은 아직 매출보다 투자비중이 높은 사업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사업은 미래를 위해 중단할 수 없는 사업이다. 따라서 유통의 몸집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대두된 것이다.

 또 국산장비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사업인만큼 부가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직판영업을 조직으로 안고 있을 경우 국산제품 개발에 가속도를 낼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납기를 맞춰야 하는 입장에서 조직내 개발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기일내 국산장비가 개발되지 않으면 외산장비를 도입해 구축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이익이 축소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의 외산장비 비중은 60% 이상이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외산장비로 구축되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몸집이 큰만큼 동작 역시 느려 각종 프로젝트 수주에서 불리하다는 단점도 직판영업조직의 분사를 부채질했다.

 또 하나 기술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기존 직판조직을 분사해 투자여력을 확보하자는 의도다. 기존 직판영업조직을 안고 있을 경우 매출의 대부분을 NI사업에 의존해 기술개발의 의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내 네트워크시장의 대부분을 외국업체에 내준 상황에서 기술개발은 시장점유율의 확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체면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직판조직의 분사는 기술개발의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 영업방침을 솔루션 중심의 시장개척에 두고 있다. 단위제품의 출시는 전체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이 적은만큼 틈새시장을 만들어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 즉 수동적인 시장대처에서 보다 능동적인 시장대응으로 매출을 확보한다는 것이 올해 영업의 핵심이다. 여기에 「삼성 브랜드」를 내세워 미들엔드(중급) 중심의 제품을 집중개발,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업네트워크사업부 이기순 영업이사는 『유통의 몸집을 줄인만큼 개발에 역점을 두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목적』이라며 『이로써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제로 나가는 것이 「신유통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분사한 직판조직은 초기 자본금 10억원, 종업원 80여명 규모로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대리점으로 곧 출범할 예정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