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00)

 『허 실장 말을 들으니 자네가 TS3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최 사장은 소파에 앉아 몸을 젖히면서 물었다. TS3란 회사에서 개발하는 통신제어장치 암호명이었다. 기술자들은 그 암호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그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비만 때문인지 최 사장 가까이 있으면 숨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힘겨운 숨소리여서 듣는 사람조차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하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물었다.

 『자네가 상고를 졸업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허 실장 말을 들으니 자네는 컴퓨터를 전공한 대학 출신 기술자보다 우수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

 『제가 그 선배들보다 우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컴퓨터 원서를 읽고 배웠을 뿐입니다.』

 『미국 원서인가?』

 『일본 원서와 미국 원서입니다.』

 『영어와 일본어를 아는가?』

 『네.』

 『허허, 대단하군. 상고 출신이 대단해. 그래, 영어와 일본어를 안다? 그렇다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나는 가급적 남을 믿지 않는 성미지. 남을 믿는다는 것은 아주 좆 같은 일이야. 믿다가 실수를 하지. 그렇지만 자네를 믿어볼까?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지?』

 『6개월만 주십시오.』

 『6개월이라? 만약 해내지 못하면 자네 사표를 쓰겠나?』

 『쓰겠습니다.』

 『사표를 쓰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지.』

 『그럼 목숨을 내놓을까요?』

 나의 말에 최 사장이 힐끗 쳐다보았다. 농담을 지껄이자 그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일이 잘못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조바심을 가졌으나 그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를 믿지. 좆 같은 일이지만 믿어보지. 6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했나? 올해 가을까지 해내게. 진행되는 과정을 수시로 보고하게. 허 실장을 통하지 말고 자네가 직접 말이야. 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