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CTI시장 훈풍 "솔솔"

 경기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컴퓨터통신통합(CTI) 시장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년 벽두임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나 금융권으로부터 사업제안서 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구조조정이 막바지에 이른 은행·증권과 같은 금융업체들이 올해 전산망이나 고객센터를 고도화하기 위해 CTI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 몇가지 호재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CTI시장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50%에서 크게는 1백%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CTI시장은 사설교환기(PBX) 음성사서함(VMS)과 같은 하드웨어분야를 포함하더라도 8백억∼1천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 96년, 97년에 CTI 호황기에 비해 30∼50% 정도 위축된 시장규모다. 업계의 전망치가 맞아떨어진다면 최소한 올해 CTI시장은 호시절 수준의 활황세를 보일 전망이다.

 대부분의 CTI 전문업체는 올해 전년보다 목표 매출액을 상향 조정하고 신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부일이동통신의 콜센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보승정보시스템(대표 최준환)은 최근 서울이동통신과 SK텔레콤에 연체관리·고객관리·자동응답 기능을 지원할 수 있는 고객센터시스템을 수주했다.

 삼보정보통신(대표 오근수)도 지난해 말과 연초에 각각 별정사업자인 한초정보통신과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에 비동기전송모드(ATM)를 이용한 음성인식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1백1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삼보는 올해 적어도 두배 이상의 매출은 무난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오성정보통신(대표 조충희)도 지난해말 정통부의 체신금융시스템 수주에 이어 서울과 광주이동통신에 음성사서함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입어 매출이 올해 지난해보다 30%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3백20억원을 달성해 시장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과를 올린 로커스(대표 김형순)도 올해 8백억원의 매출액을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로커스는 최근 1천6백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기업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등 제 2도약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시장상황이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최소한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프로젝트 제안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새로운 솔루션 구축이 아니라 대부분 지난해 유보했던 프로젝트가 올해로 넘어온 것에 불과하고 그동안 주요 고객의 하나였던 무선호출사업자의 경우 최근 가입자 감소로 올해 시설투자를 크게 줄이는 점을 들고 있다.

 삼보정보통신 오근수 사장은 『CTI시장을 낙관하기는 아직 몇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지만 올해 최소한 지난해 이상의 시장규모는 형성될 것』이라며 『금융권과 정부부처 등 관공서 수요만 뒷받침된다면 전년에 비해 50% 이상의 시장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