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품 중 하나가 전원회로(DC/DC컨버터)다.
AC어댑터(AC/DC컨버터)나 2차전지에서 나온 전압을 대규모집적회로(LSI)의 전원전압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회로로 모든 기기에 채택되고 있다.
그러나 DC/DC컨버터는 제품 외형에서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기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변화가 없다. 특히 인쇄회로기판(PCB) 상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집적화에 대해선 「무풍지대」로 통해왔다.
이런 DC/DC컨버터에도 최근 소형·박형화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전의 제품 형태가 휴대 전자기기의 설계 현장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휴대 전자기기를 더 작고 얇게 하는 데 DC/DC컨버터의 외형 크기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한 예로 현재 노트북PC의 높이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는 두께가 6㎜나 되는 DC/DC컨버터 회로인데, 노트북PC를 더 얇게 하기 위해선 이의 개선이 불가피하다.
DC/DC컨버터의 소형·박형화는 뒤늦은 만큼 급속도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형·박형 DC/DC컨버터는 전원관련 업계에서 「마이크로DC/DC컨버터」라고 불린다.
이 마이크로DC/DC컨버터의 최종 목표는 실리콘기판 상에 DC/DC컨버터의 모든 구성요소를 만들어 넣는 것이다. 즉 스위칭소자(파워MOSFET)와 정류소자(다이오드), 전원제어회로, 인덕터, 콘덴서를 한 곳에 집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DC/DC컨버터는 체적이 디스크리트부품(개별소자)만으로 구성돼 있는 현행 제품의 1백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나아가 아날로그·디지털 혼재 LSI, 즉 시스템LSI에 집적할 경우는 체적이 거의 제로 상태가 된다.
이와 관련, 후지전기종합연구소는 콘덴서를 제외한 모든 구성요소를 실리콘기판에 집적한 DC/DC컨버터를 시험 제작했으며, 오는 2002년에는 실용화할 계획이다.
또 일부에서는 콘덴서를 집적하는 데 필요한 재료나 그 제조방법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모든 구성요소를 실리콘기판에 집적하는 궁극의 목표는 달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오는 2005년 이후에나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업계에서는 구성요소인 인덕터를 우선적으로 소형·박형화해 마이크로DC/DC컨버터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업체 중에서는 알프스전기·NTT입출력시스템연구소·도시바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덕터의 소형·박형화 기술은 성막(成膜)포토리소그래피 등 반도체 제조기술을 이용해 실리콘기판 등의 위에 평면 모양의 코일을 만들어 넣는 「박막인덕터」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박막인덕터는 실리콘기판에 집적하지 않고 개별소자로서 종래의 권선인덕터 대신에 채택해도 DC/DC컨버터의 소형·박형화에 절대적인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한 업체들의 성과를 보면, 알프스전기의 경우 박막인덕터를 사용한 디지털방식 캠코더용 DC/DC컨버터 모듈을 시험 제작하고 있다.
알프스전기의 DC/DC컨버터 모듈은 체적이 4천5백㎣(길이 30㎜, 폭 30㎜, 높이 5㎜)로 권선인덕터를 사용할 경우(체적 1만4천4백㎣, 30×60×8㎜)의 3분의 1 수준이며, 스위칭방식을 채택해 스위칭 주파수를 5㎒로 높이고 있다.
이 DC/DC컨버터 모듈은 지난해 5월 처음 공개된 이후 전자기기 제조업체들로부터 상담이 잇따르고 있으나 본격적인 제품화는 신뢰성을 나타내는 변환효율이 현재의 85%에서 90%로 높아진 2, 3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는 다른 업체에 한발 앞서 박막인덕터를 사용한 마이크로DC/DC컨버터 샘플을 출하하고 있다.
이 샘플은 휴대전화기의 파워앰프에 공급하는 전원전압 4.7V를 만드는 것이 주용도인데, 파워 MOSFET나 정류다이오드, 전원제어IC를 베어칩에 실장해 6×10×1㎜의 패키지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체적은 종래 제품에 비해 5분의 1∼10분의 1 수준이다.
이밖에 NTT입출력시스템연구소는 FITH(Fibre to the Home)용 송신장치인 ONU(Optical Network Unit) 등의 소형 및 박형화를 목표로 박막인덕터를 사용한 마이크로DC/DC컨버터 개발을 추진중이다.
지난 97년 시점 ONU는 체적이 약 5백㎣로 현행 모뎀카드처럼 노트북PC와 함께 들고 다니기에는 크다.
이 가운데 60%는 전원회로와 전지가 차지하고, 본래의 기능인 광송수신회로부는 20∼30%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NTT연구소는 인덕터를 사용한 마이크로DC/DC컨버터로서 ONU의 체적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ONU를 1백∼2백㎣ 정도로 줄일 수 있는 마이크로DC/DC컨버터를 시험 제작했으며, 내년 중 실용화할 계획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