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가 달러벌이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전기 역시 통신기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출 효자 상품으로 등장한 셈이다.
맥슨전자·국제전자 등 주요 무전기업체는 90년대 중반부터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해 매년 20∼50%의 높은 수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과 생활무전기를 통틀어 지난 한해에만 국내 업체가 수출한 규모는 1억5천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생활무전기는 지난해 전체 무전기 수출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비록 국내에서는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이는 지난해 주요 무전기업체 수출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맥슨전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총 1억2천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지난 97년보다 20% 정도 성장한 액수다. 이에 따라 맥슨전자는 태국 현지공장의 생산규모를 연간 1백50만대에서 2백만대로 크게 늘렸으며 최근에는 동남아지역까지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텔슨정보통신도 지난 97년의 4백만달러보다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1천2백만달러 어치를 미국과 홍콩지역에 수출했다. 텔슨은 수출용 생활무전기 품목을 더욱 다양화해 올해 2천5백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전기 전문업체인 메이콤도 자체 상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을 합쳐 지난해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한 9백만달러를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메이콤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2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무전기시장에 처녀 진출한 태광산업은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60만달러 미국 수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태광산업은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2백만∼2백50만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같이 무전기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원화가치가 크게 하락해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또 국내 무전기업체가 △공급처 다변화 △생산원가 절감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수출에 적극 나선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전기가 전형적인 소량 다품종 생산 품목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보다는 중견이나 중소업체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 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업체는 덩치가 큰 외국의 다른 업체에 비해 시장 변화나 고객의 요구에 재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국내 무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OEM방식을 합쳐 10∼15% 수준이다. 모토롤러·에릭슨·EF존슨·켄우드와 같이 엄청난 자금과 뛰어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그나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은 높은 품질보다는 낮은 가격 때문이라는 지적도 부인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앞으로 무전기가 전략 수출 품목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가격 못지 않게 기술과 품질경쟁력을 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