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기 "입찰 담합" 시비 재연

 지난해말 실시한 한국통신의 시내외 신설교환기 입찰을 싸고 국내 교환기 4사가 나눠먹기 담합입찰을 감행했다는 시비가 일고 있다.

 특히 국내 교환기업계는 지난해까지 서로 번갈아가며 물량을 수주하고 이를 4사가 서로 분배, 공급하는 일이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으나 올해 공급분부터는 한국통신이 철저한 경쟁원칙을 천명, 이같은 담합시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또다시 나눠먹기가 재현돼 주목된다.

 2일 한국통신 및 교환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실시한 한국통신 시내외 교환기 99년 신설물량 입찰에서 삼성전자가 시내교환기 6개 시스템 11만6천회선을, 한화정보통신이 4개 시스템 14만7천회선을 각각 수주해 계약을 체결했으나 납품과정에서 계약자가 아닌 국내 교환기 4사가 분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통신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체결한 시내전화교환기 6개 시스템의 경우 계약당사자인 삼성전자가 아닌 대우통신 등 나머지 교환기 3사가 각각 1개 시스템씩 납품했으며 정작 당사자인 삼성전자는 3개 시스템을 아직 납품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해 12월말 한화정보통신이 계약한 시외 신설교환기 물량도 한화가 1개 시스템만 납품했을 뿐 계약자가 아닌 대우통신 등 나머지 3사가 납품했거나 납품을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업체와 납품업체가 달라진 이같은 사건은 입찰 당시 이미 교환기 4사간에 누가 계약을 하든 공급물량을 분담해 납품한다는 사전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됐다는 해석도 가능해 담합입찰 의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환기업계의 담합의혹은 이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영환 의원(국민회의)이 『한국통신의 교환기 평균낙찰률이 99.87%에 달하는 등 수의계약 평균낙찰률 99.30%를 넘어서 교환기 4사간 체계적인 담합의혹이 짙다』고 지적하는 등 계속 이슈가 되어 왔다.

 한국통신은 『업체간 경쟁을 통해 교환기 구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99년도 신설교환기 물량부터 전화국별로 분리하지 않고 묶어서 동시에 입찰을 추진하는 일괄계약제를 시행했다』고 전제하며 『이 과정에서 사전준비가 부족한 업체들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통신은 또 『그러나 계약사와 납품사가 다른 부분은 인정할 수 없으며 계약사에 납품지연에 따른 지체배상금을 물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교환기업체들은 『입찰 이전에 분담을 합의하는 등 담합은 없었다』며 『납품기종인 TDX-10A는 교환기4사가 공동개발한 제품이라는 점 외에 납품기일(98.12.30) 촉박에 따른 물자생산 어려움 때문에 교환기업체들이 계약 이후 합의하여 납품물량을 분담해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국통신은 교환기업체들의 상황을 인식하고 교환기업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한국통신의 인사 이후 주무담당자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며 담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