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텔레콤이 남용 사장체제 출범 3개월여 만인 2일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하고 고객지향의 스피드 경영을 최우선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기능 중심의 단순한 부서단위를 성과단위(PU:Performance Unit)로 전환하고 조직역량도 고객중심의 성과주의로 모두 집중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LG텔레콤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단계별 팀과 개인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주주가치 극대화와 성과주의, 정도경영, 활성화된 개인과 팀의 4대 경영방침을 모두 구현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성과단위도 법인부문과 유통부문 2개로 나눠 우량고객 확보와 고객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들을 최대한 수용토록 하며 각각의 조직들이 자율성을 유지, 시장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재편성했다. 이와 함께 조직별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되 단위별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어렵게 만들어낸 결과물인만큼 최선의 방식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도록 힘쓸 방침이다. 이번 조직개편을 위해 LG텔레콤은 수십개의 전략팀(TF)을 긴급 구성하고 3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내부역량 강화에 전력했다.
논쟁과 회의를 거듭하느라 내부 직원들끼리조차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등 조직개편 작업 내내 LG텔레콤이 사실상 임시휴업(?)중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산고가 컸다.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모두 깨고 모든 조직을 전면 개편한다는 차원에서 직원들의 생활방식에도 변화가 일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의미 이외에 업계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인적 재편이다. LG텔레콤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소위 「창업세대」를 대거 물갈이하고 회장실 출신의 새로운 인맥을 충원,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권 획득에서부터 서비스 돌입에 이르기까지 LG텔레콤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인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났고 이 자리를 회장실 근무경험이 있는 새로운 「파워 엘리트」들로 채웠다.
「미스터 LG텔레콤」으로 불렸던 정장호 부회장이 남용 사장에 바통을 넘겨주었고 고객부문을 담당했던 이수연 상무와 시설 및 기지국 관리를 총괄했던 서상도 상무도 회사를 떠났다. 초창기 마케팅을 맡았던 임영민 전무는 이번 개편에서 고객부문을 책임지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대부분 LG정보통신과 LG전자 출신들로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와 장악력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들은 사업초기 기지국 건설, 가입자 확보 등 모든 면에서 LG텔레콤의 경영을 착근시킨 주역들이었다.
이제는 회장실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 요직에 포진했다. 남 사장을 비롯해 마케팅의 임병용 상무, 업무홍보의 박종응 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회장실 이력이 말해주듯 전략적 사고에 강한 사람들이다. 창업보다는 수성, 나아가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LG텔레콤의 파워 엘리트군이 LG전자와 LG정보통신에서 회장실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상층권뿐 아니라 허리계층인 주요 부·차장들도 과거 주류에 속했던 인맥들이 이번 개편으로 외인부대에 자리를 내주었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데이콤 지분문제를 포함, 통신산업 구조조정의 한가운데 서있는 LG텔레콤이 조직뿐 아니라 인적재편까지 마무리 함으로써 앞으로 방향키를 어떻게 잡아나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택·김윤경기자 etyt@/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