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주소 분쟁은 국제적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인터넷이 국경을 초월하는 전자상거래 환경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분쟁연구그룹(DWG)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국내보다는 국제환경에서 발생하는 인터넷주소 분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발생한 인터넷주소 분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조정절차를 거쳐 해결된 경우가 많았다. 세계 각국의 인터넷 관련기관들도 사법적인 절차보다는 합의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대안적 분쟁해결기구(ADR)의 역할은 바로 분쟁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ADR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ADR는 비사법적인 권한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분쟁 당사자가 ADR의 판정에 불복하면 사법기관에 재판정을 의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DWG의 해결지침이 현실적인 힘을 갖고 ADR가 당초 취지에 맞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한 권위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제도의 지원
인터넷주소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는 사법기관을 통해 이의 및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존 사법제도를 통해 인터넷주소 분쟁을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민법에 의존하게 되는 인터넷주소 분쟁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국제적인 분쟁의 경우 몇년을 끄는 것은 다반사다. 인지도가 생명인 인터넷주소가 분쟁에 휘말려 장시간 동안 사용되지 못한다면 끝장이다. 또 현재까지 사법기관에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어떤 법규를 적용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각국은 해결절차를 마련해놓고 있다. 특정기구에 의한 조정과 알선 제도다. 이것이 인터넷분쟁 조정의 종착지가 아님은 물론이다. 국제적인 분쟁의 경우 이같은 제도는 역시 무용지물이다.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분쟁 해결지침이 준사법적인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분쟁해결 기구도 마찬가지로 같은 권위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분쟁 해결원칙이나 분쟁 해결기구가 사법적인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 관계부처 장관의 고시 등을 통해 그 지위가 명확하게 확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인터넷주소 분쟁이 국가간 법충돌 양상으로 발전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나 공격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인터넷주소 분쟁에 관련된 법을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주소 분쟁을 다루는 민법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인터넷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분쟁이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범국가적인 관심과 대책
미국의 경우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인터넷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 각종 정책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뿐 아니다. 인터넷주소 분쟁 해결방안 마련에도 수준 이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까운 일본도 우정성을 통해 국제 인터넷주소 시스템을 위한 논의에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놓기도 했다.
인터넷주소에 범국가적인 관심과 대책이 요구되는 것은 인터넷주소 분쟁이 기업이나 개인들간 분쟁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주소 분쟁은 기업은 물론 더 나아가 국가의 경제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보통신·지적재산권·사법체계 등 여러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인터넷주소는 국가 전체의 관심속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를 양성하고 해외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터넷과 관련한 각종 국제회의에서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다.
전문가들도 태부족이다. 전세계 동향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국내 전문가를 양성하고 해외동향을 체크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주도라면 더욱 좋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