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정액제 도입 배경과 전망

 데이콤이 오는 3월부터 PC통신 천리안을 정액제로 운영하고 인터넷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고 전격 발표, 온라인서비스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머지 5개 업체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인터넷 무료서비스보다는 천리안을 정액제로 운영한다는 것. 천리안의 인터넷 무료서비스는 지난해말부터 한국PC통신·나우콤이 도입키로 함에 따라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액제는 사정이 다르다.

 데이콤은 지금까지 「사용자가 이용한 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다른 사업자들이 모두 정액제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천리안만큼은 종량제를 온라인서비스 운영의 철학(?)으로까지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정액제 발표가 의외라는 반응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온라인서비스업계 관계자들은 『모종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며 『물론 지난해말부터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정액제 소식이 들리긴 했지만 이처럼 전격적일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정액제 도입배경

 데이콤이 천리안을 정액제로 운영하는 데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든 사업자가 정액제와 인터넷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갖추는 가운데 천리안만 외따로 남을 수만은 없는 게 아니냐는 내·외부의 의견이 압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특히 천리안 이용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는 적정수준을 넘어설 정도였다.

 문제는 어떻게 요금인하 효과를 거두느냐는 것. 데이콤의 한 관계자는 『사실 요금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며 『일부에서는 기존 요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용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달 1만3천원으로 요금을 책정한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서비스 요금이 너무 낮아 가입자가 늘 경우 과거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지금까지 유지했던 고품질 서비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 및 네티즌 반응

 천리안의 정액제 운영에 대해 다른 업체들의 반응은 데이콤이 생각했던 것처럼 민감하진 않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1만3천원은 비싼 수준』이라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만∼1만1천원인 네티즌의 가격저항선을 넘어선 상태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업체들의 반응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데이콤이 발표한 정액제는 파격적인 조치가 아니어서 네티즌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은 부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1만3천원 정액제는 장시간 이용자에게나 매력적인 것』이라며 『기존 가입자들 대부분은 30시간 내외로 천리안을 이용하기 때문에 3천∼7천원을 더 내고 정액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또 가격저항 때문에 신규 가입자보다는 기존 가입자가 정액제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매출증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리안 이용자들은 데이콤의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지금까지 철옹성으로 인식됐던 요금체계를 깨뜨렸다는 성취감은 물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리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포만감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요금이 비싸다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향후 전망

 천리안 요금체계 변동으로 온라인서비스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소한 한두달 지나봐야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는 게 데이콤 내·외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하다. 모든 온라인서비스업체들이 사활을 건 싸움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천리안 정액제가 효과를 거둘 경우 다른 업체들 역시 모든 방안을 강구, 요금을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 특화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올해말경 모습을 드러낼 온라인서비스업계의 지도가 어떤 모습일지 관심거리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