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05)

 유달산 병원 영안실에 도착한 것은 그날 저녁 무렵이었다.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머니와 형의 친구들이 영안실을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붙들고 울었다. 영안실 한쪽에서 찾아오는 문상객에게 음식을 날라 주는 낯선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배가 불룩했다. 어머니가 그녀를 부르더니 형수라고 소개했다. 그녀는 한 해 전에 유달산 공사장 한쪽에서 형으로부터 소개받았던 그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생각보다 순박해 보였다. 울어서인지 둥근 얼굴이 부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별다른 표정도 없이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유난히 불룩한 그녀의 배였다. 그것을 보자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다. 죽은 형도 형이지만, 남은 형수와 그 유복자가 걱정이었다.

 밤에 큰아버지 집에서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리고는 별다른 문상객은 없었다. 형의 친구 일부가 밤샘을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다. 고스톱을 하다가 상대방이 속였는지 시비가 붙은 것이다. 나중에는 칼을 빼들고 휘둘렀다. 다른 친구들에 의해서 가까스로 진정이 됐지만 영안실에서 칼부림이 벌어질 뻔했다.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쳐서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들이 떠나고 나자 영안실 안은 너무나 적막했다. 어머니와 형수, 그리고 나만이 남아 있었다. 밤이 깊어가자 형수는 한쪽에 쓰러져 잤다.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내가 결혼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 말을 듣지 않고 결혼하더니 이 꼴이다.』

 『어머니, 결혼을 했기 때문에 형이 죽은 것은 아녜요. 점괘가 그렇게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어요. 형은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전기에 감전돼 죽을 수 있어요. 형이 부주의한 탓이죠.』

 어머니가 형수조차 미워하는 듯해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신념을 돌리기는 힘들었다.

 『분명히 경고를 했어. 죽는다고 빨리 결혼하지 말라고. 그런데 저애하고 절에 가서 식을 올렸지 뭐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단둘이 말이다. 거기다가 호적에까지 올려놨어.』

 『형수님을 어떻게 만났다고 해요?』

 『나도 몰라. 어디서 굴러먹던 애인지. 시골 다방에서 일하던 애라고 하는데, 네 형이 자세히 말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한쪽에 누워 있던 형수가 눈을 떴다. 그러나 몹시 피곤한지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녀가 잠든 것으로 알고 어머니는 험담을 계속했다.

 『결국은 저게 네 형을 잡아먹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