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06)

 나는 그녀가 깨어났다는 신호로 눈을 끔벅였지만 어머니는 막무가내로 말했다.

 『여자가 복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저 애는 악귀를 불러온 셈이야.』

 그말을 듣던 형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했다.

 『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어요. 사장님이 저에게 직접 임무를 맡겼죠. 그래서 좀 바빠요.』

 『그래, 너는 잘될 거야. 네 초년 사주에 명입재고 대부지인(命入財庫大富之人), 고산식수 적소성대(高山植樹積小成大)라고 했다. 하늘이 명하여 창고에 재산이 가득할 상이니 큰 부자가 될 것이고, 높은 산에 나무를 심으니 적은 것을 쌓아 크게 이룬다는 거다.』

 어머니는 그 말을 무척 좋아했다. 어머니는 나를 생각할 때마다 그것을 주문처럼 외웠던 것이다. 사주팔자를 믿는다고 모든 것이 잘되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형의 죽음에 상심하고 있을 어머니의 심경을 생각해서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는 계속 보이지 않는데 어디 가셨어요?』

 『네 아버지는 여기 안 오는 것이 좋아. 오면 술을 마시고 얼마나 주정을 하겠니? 아들이 죽은 앞이라고 해서 네 아버지가 달라지겠니?』

 나의 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때는 공포 자체였으나 내가 커가면서 증오심이 생겼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를 욕하면 무척 싫었다. 그런데 아버지와는 대조적으로 어머니는 자비의 상징이었다. 실제 어머니의 성품은 말할 수 없이 온화하고 어질었다. 지금 형의 죽음 앞에서 낙담을 하고 며느리를 원망하고는 있지만 대놓고 핀잔을 하지는 않았다. 며느리의 마음이 상할까봐 듣는 데서는 원망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자비는 어쩌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나를 지켜준 거울이었는지 모른다.

 다음날 형의 장례가 치러졌다. 장례라고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부모보다 앞서 죽었다는 이유로 무덤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화장터로 가서 화장을 했던 것이다. 형의 친구들과 형수, 그리고 어머니와 나는 유골을 가지고 집에서도 보이는 유달산 아래 해변으로 가져갔다. 그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 그가 가고 싶어했던 먼 바다로 보내려 했다. 형수의 말을 들으면 그는 해외로 나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돈을 벌면 이민을 가자고 말하기도 했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하자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