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사업자와 제조사의 밀월관계는 끝나는가.」
이동전화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간에 형성됐던 독점적 공급관계가 최근들어 균열이 발생하는 등 혼선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독점적 공급관계는 특정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가 특정 모델이나 일정 기간동안 타 업체에 대해 배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업자들의 단말기 마케팅과 후발 제조사들의 안정적인 판매망 확보요구가 절충돼 지난해 유행처럼 번졌었다.
어필텔레콤이 LG텔레콤에 1년간 단말기 독점공급을 합의한 것과 모토롤러가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2개 모델에 대해 한솔PCS에 독점공급을 약속한 것은 대표적인 독점 공급사례.
그러나 어필텔레콤이 미국 모토롤러사에 인수되는 것을 계기로 국내 단말기시장에 일대 변화가 초래되자 이같은 독점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모토롤러가 한국통신프리텔에 단말기 약정 공급기일을 지키지 못하면서 그 보상으로 이미 출시된 단말기들을 대체모델로 제시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모토롤러가 출시한 3개 PCS 단말기가 모두 한솔PCS와 LG텔레콤 등 다른 사업자와 독점 공급관계에 있어 업체간 첨예한 신경전을 초래하고 있다. 만일 모토롤러가 특정 사업자의 독점모델을 타 사업자에 공급할 경우 다른 모델에 대해서도 모두 독점권을 해제하라는 사업자들의 요구가 빗발칠 수밖에 없는데다 계약파기에 따른 도의적 비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모토롤러측의 고민도 크다.
「MPM 4800」 모델에 대해 독점 판매권을 쥐고 있는 한솔PCS는 이에 대해 아직 독점 공급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황이며 타 사업자로의 공급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LG텔레콤은 어필텔레콤이 생산, 모토롤러가 출시한 「MPM 8800」 제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타 사업자로의 공급 허용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양한 예상가능 시나리오와 소문은 무성하나 정작 공식적인 합의와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사업자 모두 제조사의 계약파기에 따른 보상제안에 따라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계약파기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텔레콤과 한솔PCS 모두 일단 합의된 계약이 상반기중 종료될 예정이라 제품 출시일정 조정만으로도 계약 파기없이 양측의 독점관계를 끊을 수 있다』며 『사업자와 제조사간 밀월관계는 사실상 파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어필텔레콤이 개발, 지난해 12월 공급키로 했던 폴더형 단말기만 해도 모토롤러가 주인으로 들어선 이래 지속적으로 출시일정이 지연돼 오는 3월에나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한통프리텔은 업체간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이달말경 LG와 한솔의 사업자 독점 단말기를 모토롤러로부터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LG텔레콤도 자사의 독점모델인 「MPM 8800」이 한통프리텔로 공급될 경우 한솔PCS의 독점모델인 「MPM 4800」의 공급을 요구, 오는 3월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사업자와 제조사들이 독점 공급계약을 토대로 유지해왔던 밀월관계도 조만간 청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업체간 첨예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어떤 해결책들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