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오라클, "오라클8i 어플라이언스" 프로젝트 공개

 컴퓨터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컴퓨터의 두뇌격인 운용체계(OS)를 MS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 영역인 PC의 90% 이상을 윈도95나 98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으로 유닉스가 장악해왔던 엔터프라이즈 서버 분야마저 윈도NT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따라서 컴퓨터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반MS세력을 형성, MS의 지나친 비대화를 막고 균형있는 기술발전을 위한 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컴퓨터업계에서 MS의 절대적인 존재는 애플리케이션과 더불어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OS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기술구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반MS전선의 의지는 시스템의 OS 의존구조를 타파하거나 이를 대체할 제3의 기술에 초점이 모아지는데 이의 대표적 실현이 바로 OS없는 서버의 출현이다.

 미국 오라클이 최근 공개한 프로젝트 「오라클8i 어플라이언스」(코드명 로 아이언(Raw Iron))를 중심으로 휴렛패커드(HP)·델 컴퓨터 등이 공조체제를 형성하기로 하면서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OS없는 서버전략은 만일 성공한다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수도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는다.

 반MS세력의 선두주자인 오라클이 이달초 전격 공개한 「오라클8i 어플라이언스」는 윈도NT나 다른 OS없이 「마이크로 커널」이라고 하는 OS의 기본적인 기능만을 이용해 하드웨어에서 데이터베이스나 각종 인터넷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버 플랫폼을 말하는 것으로 「오라클8i」 인터넷 데이터베이스(DB) 서버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유닉스 OS(솔라리스)에 기반한 마이크로 커널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여기에 메시징 서버와 오라클의 「인터넷 파일시스템(IFS)」서버 같은 다양한 DB애플리케이션이 운용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존 서버와는 개념적으로 차이점을 두고 있는 이 서버장치(서버 어플라이언스)는 3, 4년 전 오라클이 주창했던 네트워크 컴퓨터(NC)의 「OS독립적」인 클라이언트 개념을 서버영역으로 옮겨 놓은 것인데 네트워크 컴퓨팅 아키텍처(NCA)를 서버차원에서 구현, 차세대 인터넷 컴퓨팅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오라클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 OS독립적인 서버장치는 현재 윈도OS 플랫폼의 기업 컴퓨팅환경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즉 오라클에 의하면 현재 자사 DB운용 서버를 구축한 데이터센터의 절반이상이 단지 DB를 운용하는 데만 서버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같은 DB 전용서버를 구축하는 데도 하드웨어나 OS·DB 등 개별 컴포넌트들을 별도로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복잡한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돼야 하고 이들 컴포넌트 구입비용도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윈도NT를 포함한 일반OS는 2천만개 이상의 코드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모두 서버나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오라클의 지적이다.

 반면 「오라클8i 어플라이언스」는 완벽한 통합 DB플랫폼이기 때문에 OS의 기본 컴포넌트 몇개만을 갖춘 상태에서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매니저」라는 관리 프레임워크를 통해 모든 기능들이 이루어지므로 시스템 구성을 크게 단순화하는 한편 총소유비용(TCO)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오라클은 설명한다.

 즉 기존 OS를 구성했던 불필요한 컴포넌트들을 제거해 비용과 설치의 복잡성을 크게 더는 한편 꼭 필요한 컴포넌트들만 활용함으로써 시스템 안전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얘기다.

 또 성능면에서도 윈도NT서버보다 2.9배 빠른 속도로 윈도NT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오라클8i 어플라이언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컴덱스 전시회에서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개념이 주창된 바 있다. 엘리슨 회장은 이 자리에서 MS의 독점적 지위를 맹렬히 비난하며 MS의존적인 구조를 깨기 위해 인터넷 DB를 돌릴 수 있는 오라클8i 전용서버장치를 OS없이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이후 오라클은 선과 솔라리스 코어기술 라이선스협약을 맺은 것을 비롯, HP·델 등 하드웨어업체들과도 구체적인 제휴협상을 추진해 왔으며 이번에 공개시연과 함께 HP와의 생산, 판매에 관한 합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델도 자사 「파워에지」서버를 기반으로 「로 아이언」 하드웨어를 생산, 공급키로 오라클과 합의했고 컴팩·IBM 등도 조만간 이 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오라클8i」 전용의 이 OS없는 서버장치가 일단 업체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HP가 2·4분기에 공급할 「오라클8i 어플라이언스」는 기본적으로 32비트 인텔칩 아키텍처에 기반할 예정이지만 오라클은 궁극적으로 64비트 머세드칩 플랫폼을 겨냥하고 있다. 윈도NT가 아직 32비트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를 뛰어 넘겠다는 의지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