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09)

 그러나 나는 회사 옆에 있는 골프 연습장에 나가지 않았다. 골프를 칠 시간이면 컴퓨터 관련 서적을 더 읽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연구에 더 열중할 것이다. 나는 실제로 시간이 아까웠다. 사장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하라고 했지만 이제 나이 스무살에 구태여 건강을 염려하고 운동할 처지도 아니었다. 이틀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장이 나를 호출했다. 사장의 호흡이 거칠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미 화가 나 있는 듯했다.

 『자네 아침에 왜 나타나지 않나? 늦게 일어나서 못 나온 것인가 아니면 나올 생각이 애초에 없는 것인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간을 놓쳐서 겨우 회사에 출근했습니다. 내일부터는 일찍 일어나서 연습장에 나가겠습니다.』

 나는 애초에 나갈 마음이 없었으나 그렇게 얼버무렸다. 사장이 이렇게까지 강권하는데 구태여 거슬리면서까지 사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아침에는 틀림없이 나오겠지?』

 『네.』

 『약속했네?』

 『그렇습니다.』

 『알았어. 가보게.』

 사장이 손을 할랑할랑 흔들었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막 나가려고 하는데 비서 김양희가 찻잔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힐끗 쳐다보니 쟁반에 찻잔이 두 개 있었다. 사장이 직원을 만나면서 차를 대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웬일로 찻잔이 두 개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지만 안에서 나를 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밖으로 나와서 떠나지 않고 머뭇거렸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나의 발길을 잡아맸다.

 『아이, 차 식어요. 차 들고요.』

 김양희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또 한 잔은 뭐야?』

 『제가 마시려고요.』

 『최영준이 주려고 가져온 것은 아니고?』

 『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좀 식었어요.』

 『어차피 식은 차인데 이리 앉아.』

 『아이, 숨막혀. 어머, 옷벗는 것은 싫어요. 그냥 만지기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