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PDP TV 양산 "원년"

 지난해 2월 열린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TV제조업체들에 「특수」보다는 「신시장의 개막」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모든 경기의 하이비전방송을 계기로 차세대 대형TV의 주력으로 기대돼온 컬러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의 일반 가정내 보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어 6월 열린 프랑스 월드컵도 가정내 컬러PDP TV 보급에 영향을 미쳤다.

 사실 TV제조업체들은 이전부터 이들 행사가 PDP TV의 가정내 보급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 「2000년에는 가격이 1인치당 1만엔을 밑돌아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 예상은 결과적으로 크게 빗나갔다. 현재 컬러PDP TV의 가격은 42인치형의 경우 1백만∼1백50만엔이다. 2000년 「1인치=1만엔」은 커녕 42인치형 제품이 1백만엔 밑으로 떨어지는 것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컬러PDP 제조업체는 궤도를 과감히 수정해 「1인치=1만엔」 목표를 2년 후인 2002년으로 다시 세웠다.

 수정된 궤도로 진입해 가는 계기로 기대되는 것은 2000년말 일본 국내에서 시작되는 방송위성(BS) 이용 디지털방송. 선명한 BS 디지털영상이 방영되기 시작하면 가정용 대형TV의 수요가 늘어나고, 그 결과로 컬러PDP의 출하대수가 증가해 가격도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계산이다.

 이어 컬러PDP TV의 본격 보급기는 2년 후인 2002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해에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컬러PDP의 생산규모는 월간 5만∼10만대 정도로 확대되고, TV 가격도 「1인치=1만엔」 이하로 내려가 40인치형 TV의 경우 가격이 40만엔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컬러PDP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화질문제도 올해 중반에는 완전히 해결돼 42인치형 패널의 경우 화질이 36인치형 CRT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배경으로 올들어 PDP 관련업체들의 양산투자가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NEC와 후지쯔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NEC의 경우 월산 최대 10만장(42인치 환산)까지 가능한 생산설비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PDP 양산공장을 생산 자회사인 NEC가고시마에 신설했다.

 우선 공장 일부에 생산설비를 도입해 월간생산력을 3월에는 현재의 5천장 규모에서 1만장으로 배증하고, 빠르면 올해안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3만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PDP는 우선 매장의 디스플레이나 공공시설의 정보게시판 등 업무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NEC측은 업무용 시장 규모가 2000년 약 90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가정용 TV시장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면서 생산력을 최대 월간 10만장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후지쯔도 먼저 업무용에 초점을 맞춰 현행 양산공장의 생산력을 3월까지 월간 1만장으로 증대할 계획이다. 현재 월간 5천장 규모의 생산력을 풀가동하고는 있으나 업무용 시장의 수요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지쯔는 이와 함께 가정용 TV시장을 겨냥, 올해 제2의 PDP 양산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력은 월 5만∼10만장, 가동시기는 2000년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다.

 이밖에 파이어니어도 현재 2천장 정도인 월산능력을 8천장으로 크게 늘릴 계획으로 신규 양산공장의 건설을 적극 검토중이다.

 한편 NEC 등이 적극적인 양산투자를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히타치제작소·미쓰비시전기·마쓰시타전자공업 등은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들 3사는 모두 신공장 건설이나 생산력 증강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 이유로 「컬러PDP TV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소극적인 투자자세에 대해선 다른 시각도 있다. 특히 지난해 그룹 전체의 실적이 부진했던 미쓰비시와 히타치의 경우 「투자규모가 막대한 PDP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PDP 투자와 관련해 이처럼 업체별로 대조적인 양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NEC와 후지쯔 등이 2002년 본격 보급을 겨냥해 대규모의 양산공장을 서둘러 건설하는 목적은 다른 업체에 한발 앞서 컬러PDP의 저코스트화를 실현하려는 데 있다. 즉 조기양산을 통해 생산기술을 연마해 제조라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들의 의도는 첨단 설비의 도입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 NEC는 업계 최초로 새 양산공장에 1천2백10×1천30㎜ 크기의 대형 유리기판을 처리하는 라인을 구축했다.

 이 대형 유리기판에서는 42인치형 패널을 2장 추출할 수 있다. 다른 제조업체들은 현재 40인치급 패널 1장밖에 얻을 수 없는 1천50×6백50㎜ 유리기판을 사용중이다.

 후지쯔도 현재 양산공장에는 1장의 패널만을 추출할 수 있는 라인을 갖고 있지만 새 공장에는 2장을 제조할 수 있는 라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게다가 NEC는 생산규모 확대에 맞춰 신호처리 대규모집적회로(LSI)의 집적화도 병행 추진해 부품 수를 줄여 제조비용을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는 부품수를 종래의 5분의 1 수준인 1백10개로, 내년에는 28개로 줄일 방침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