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빌딩자동화시스템 "표준화" 급하다

 빌딩자동화시스템(BAS)업계가 표준화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설계·기기·통신방식 등 BAS산업에서의 표준화 문제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등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더욱이 BAS산업계가 당면해 있는 불황탈출을 위해서도 표준화 문제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BAS업계가 작금의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분사·아웃소싱·자재절감·프로그램 개발 등 기술력을 강화하고 조직을 슬림화해 불필요한 군살을 빼는 작업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표준화 문제다. 표준화 없이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절감 등 실질적인 국제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을 주도하는 선발업체들조차 표준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BAS시장을 송두리째 외국 기업에 넘겨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더욱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이 자국 표준을 국제표준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조만간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도래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미 미국 에실론사가 제어분야 네트워킹 호환성 확보를 위해 론칩 응용기술을 갖춘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론마크(LON mark)인증에 전세계 주요 BAS업체가 가입하고 있으며, 미국냉열공조기술인협회(ASHARE)가 제시한 BAS분야의 시스템 구축·설계 표준규격인 백넷(BACnet:A Data Communication Protocol for Building Automation Network)표준도 유럽표준화위원회(CEN)로부터 사전표준(Prestandard)으로 인정받는 등 지지기반을 넓혀가는 추세다.

 반면 국내 BAS업계는 세계 표준은 고사하고 아직 빌딩제어의 핵심이 되는 네트워크 구축 및 시스템 구축설계규격의 표준화나 표준규격 활용을 통한 호환성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우리 BAS업계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인 표준화 문제에 이처럼 초연한 것은 독자적인 제품 개발보다는 수입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제표준을 준수하고 있는 외국 업체의 솔루션을 도입, 판매하기 때문에 표준화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분야별로 공사를 발주하는 외국과는 달리 한 업체에 일괄발주하는 우리나라의 건설관행도 표준화 문화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수주업체가 자사 제품으로 시스템을 구성, 여타 업체가 발붙일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산업자원부가 표준화 작업에 나서 그나마 다행이다. 산자부가 자본재 표준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립기술품질원을 통해 추진중인 빌딩자동제어분야 표준안은 미국의 빌딩자동제어통신망(BACnet)규격 표준을 국내실정에 접목시켜 만든 것으로 연내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 온 표준안에는 빌딩제어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근거리통신망(LAN)기술 사용, 18종류의 통신객체 정의, 통신객체를 통한 자료의 표현과 공유, 표준화된 5가지 범주의 32개 통신서비스가 포함됐다고 한다. 또한 백넷 계층구조, 통신객체 및 응용서비스, 프로토콜 데이터단위 인증, 규격, 부호화 보기 등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호환성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관련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관련업계가 이기종 시스템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게이트웨이를 개발하거나 변환기를 사용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표준안 마련이 BAS시스템 구축비용 및 시간을 대폭 절감하는 등 경쟁력 제고에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계기로 관련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공급자 위주의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장비생산 관행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장비개발에 나서는 등 표준화 문제에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도 모든 관급공사에 백넷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어렵게 마련한 빌딩자동제어 관련 표준안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