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비투자 TFT LCD업계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계가 올 들어 대대적인 설비 신·증설에 나서 IMF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장치산업 부문의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TFT LCD업계는 전세계적인 공급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그동안 보류해 왔던 설비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근래 보기 드문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LCD는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TFT LCD의 공급부족 현상이 오는 2000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기존 설비 보완과 함께 저온 폴리 TFT LCD 생산을 위한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이들 업체의 설비투자가 끝나는 하반기에는 일본을 누르고 국내 업체끼리 세계 시장점유율에서 1, 2위를 다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TFT LCD업체들이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은 최근 들어 수요초과로 가격이 15∼20%까지 오른데다 노트북과 모니터시장에다 마지막 보고인 TV시장까지 공략할 경우 폭발적인 수요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컬러TV의 세계 시장규모는 1억2천만대로 모니터시장을 웃돌고 있다.

 특히 디지털 방송시대 개막으로 2000년 이후에는 아날로그의 컬러TV가 디지털TV로 대체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향후 디스플레이의 역학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 TFT LCD업체들은 고화질 디지털TV 방송의 상용화로 디지털TV의 신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판단, TFT LCD의 영역을 확대해 30∼40인치 TV시장을 집중 공략, 이 부문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이 우리에게 호락호락 시장을 내줄리 없다. 일본 업체들은 20인치 이상 크기의 대화면 액정TV를 실용화할 수 있는 TFT LCD를 개발하는 등 TV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한발 앞선 일본 업체들에 대적하려면 최소한 PDP의 목표치인 인치당 10만원대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30인치 이상 대화면 제품의 경우 생산수율을 높이는 것도 가격경쟁력 확보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TFT LCD가 안고 있는 광시야각의 한계와 응답속도가 CRT보다 뒤떨어지는 약점을 해결해야 한다.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조사기관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들어 TV로 확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쨌든 21세기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TFT LCD업체들의 움직임은 가속도가 붙을 게 분명하다.

 이제부터는 TFT LCD 산업전략이 향후 우리나라 첨단산업의 발전모델로 적용될 수 있도록 경쟁과 협력구도를 재설정하고 관과 민의 역할을 재분담, 명실상부한 혁신을 추구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의 상대는 선진국들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을 따라잡고 우리와 거의 동시에 출발한 대만과 구미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TFT LCD산업을 세계무대에 올려놓기 위해선 부단한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투자만으로는 안되는 게 기술개발이다.

 세계 시장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뭉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특히 강조되는 이때 국내 업체들이 올해 마련한 대대적인 투자전략이 소기의 성과로 연결되도록 첨단 장치산업에 걸맞은 새로운 산업전략과 비전을 담아 우리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반도체산업의 영화가 TFT LCD 부문에서도 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IMF 혹한을 투자열기로 녹이고 있는 국내 TFT LCD산업에 진정한 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