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사업과 관련, 최근들어 삼성전자 및 삼성SDS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두 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겉으로는 양사가 전략적 차원에서 IC카드사업에 상당한 힘을 싣고 있다는 인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차세대 IC카드인 콤비카드 개발에 성공, 칩 제조업체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16K EEP롬이 내장된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카드의 성능테스트를 마치고 슐렘버저사에 일정 물량을 납품키로 하는 등 수출전선에도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삼성SDS도 콤비카드를 이용한 지하철 자동요금징수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양사는 IC카드 관련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움직임과 달리 최근 IC카드사업과 관련한 삼성의 행보는 RF 교통카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IC카드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은 지난해부터 교통카드시장 개척을 위해 건설교통부·교통개발연구원 등과 꾸준히 접촉해왔다. 또 최근에는 한국형 전자화폐사업의 실무준비반에 참석, 자사 콤비카드를 적용할 경우 선불 전자지갑 및 교통카드를 결합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정보통신부가 IC카드산업 육성책 마련을 위해 가동중인 전담반에 양사 모두가 업계 대표로 참가하는 등 물밑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의 의도대로 국내 교통카드시장에 콤비카드를 적용할 경우 서울·부산·인천 등 기존 RF 교통카드 인프라와는 호환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의 콤비카드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인증한 「14443-B」 타입의 통신 프로토콜을 채용, 현재 교통카드에 적용된 RF 규격인 「14443-A」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존 교통카드 운용지역에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신규 구축시에도 기존 RF 교통카드의 기술을 활용할 수 없어 시스템 구현에 따른 중복투자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콤비카드가 향후 금융·교통·통신을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 전반에 상당한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삼성측은 『어차피 현재의 RF 교통카드시스템이 향후 CPU를 내장한 콤비카드로 전환돼야 하므로 중복투자라기보다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국내 IC카드 산업을 주도적으로 끌어왔고 이미 IC카드사업에서 손을 뗀 LG·현대 등과 달리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IC카드산업의 리더로서 국내시장에 집착하기보다는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대기업다운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