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보름 후에 나는 두번째로 필드에 나갔다. 아침마다 골프 연습장에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나의 기량은 늘었다. 처음에 연습장에 매일 보이던 최 사장이 한 달이 지나면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 사장은 나에게 골프를 배우도록 권했고 골프채를 사준 것 때문인지 가끔 필드로 데리고 나갔다. 당시 나의 경제력이나 위치로 보아서 최 사장이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거의 나갈 기회가 없었다.
두번째는 허 실장과 오 여사는 참가하지 않았다. 낯선 두 명의 파트너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은 동아컴퓨터 사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 회사의 엔지니어였다. 동아컴퓨터의 공 사장은 청계천 상가에서 세 명의 기술자를 데리고 바이트숍 형식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공 사장 밑에서 일하는 남자는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바짝 마른 사내였다. 그는 공 사장의 사촌동생이었는데, 공 선생이라고 불렀다. 공 사장이나 공 선생 모두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장은 공고를 졸업한 전기기술자였고 그 밑의 기술자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나는 최영준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지요.』
홀을 돌면서 최 사장은 공 사장과 공 선생에게 말했다.
『이 친구는 목상(목포상고) 출신이지만 컴퓨터 귀재지요.』
『내 동생은 서울법대 출신인데 컴퓨터 기술자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진로는 알 수 없어요.』
공 사장이 말을 받으면서 대답했다.
『서울법대라면 법조인으로 나갈텐데 어떻게 이런 세계에 들어섰지요?』
최 사장은 이런 세계라고 표현하면서 별로 달가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세계라고 하면서 컴퓨터 분야를 약간 깔보는 어투로 말했다. 그것은 산업 전망을 알 수 없는 당시로서는 절망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중학교 다니면서도 라디오 부속품을 사다가 라디오를 조립해서 들었지요. 머리가 무척 좋아서 한번 보면 그대로 복제를 합니다. 그런데 삼촌이, 그러니까 이 애 부친이 법관이 되라고 강요해서 일단 법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공부는 팽개치고 밤낮 기계만 만졌지요. 청계천에 들락거리면서 전축이나 수리하고 라디오나 조립하다가 컴퓨터로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