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프로세스 혁신과 리더십

 한국경제는 소위 기초(Fundamental)가 튼튼하기 때문에 큰 위기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더욱이 그 위기가 근본적으로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니 더욱 당혹스러웠다. 다행히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가 상향조정되는 등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이뤄낸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지난해 발간된 매킨지보고서는 『한국의 총요소 생산성은 미국의 51%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경영기법(Best Practices)의 부재」와 「결과 중심으로 일하는 방법」 등이 그 원인이라는 것인데 이는 곧 우리 사회와 기업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 즉 프로세스의 비효율성과 나아가 경영진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겠다.

 일전에 어느 원로 교수가 우리의 지도층이 업무집행에 섬세하지 못한 이유를 우리의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자고로 옛 양반들은 육하원칙 중에서 선언적인 것 세 가지, 즉 「왜」 「무엇을」 「언제까지」만 지시하고 집행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들은 양반이 할 일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그 관행이 우리에게 선언 위주의 비효율성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이다. 아주 적절한 해석이라 생각한다.

 실제 비즈니스에서 보면 서구의 경우 매우 깊이 있는 논의가 정상 간에 이뤄지는 반면 우리의 경우에는 실무자 간에 주로 이뤄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 수준의 기술투자가 있었어도 그것이 경영시스템과 연계되지 못하거나 경영진의 우선순위나 상세한 지침이 없이 운영돼 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의 구조조정은 인력 및 자산을 감축하고 이관하는 리스트럭처링 단계를 지나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생산성을 증대시킬 획기적인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이 시장경제의 초석을 새롭게 다지는 해였다면 이제부터는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계기가 돼야 하겠다.

 새로운 프로세스를 과연 어떻게 갖출 것인가. 미국의 경우 우리 기업이 시도해 온 기존 방법에 의한 리엔지니어링을 이미 90년대 초에 마쳤고 지금은 인터넷 혹은 디지털 기법에 의해 기하급수적인 생산성 증대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방법이 20∼30%의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면 새로운 기법은 10배 혹은 1백배의 증대를 가져온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이같은 효율적인 선진 경영기법을 이루려면 인간관계와 인정을 중시해온 관행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치밀하고 과학적인 업무관행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 이 신기법에 의한 경영혁신만이 진정한 의미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가장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이뤄 가는데 실패한다면 현재의 생산성도 유지하기 힘들지 모른다. 우리가 정보기술 및 기법에 중국과 비슷한 국민총생산(GDP)의 1% 정도를 투자하고 있을 때 미국은 이미 매년 GDP의 4%를 정보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새로운 프로세스 도입 못지 않게 프로세스의 재정립에 있어서도 경영진의 리더십이 아주 중요하다. 업무 프로세스의 재정립은 궁극적으로 실무자가 아닌 경영진에게 달려 있다. 리엔지니어링은 끊임없이 지속돼야 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경영진은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내지 변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행과정에서도 경영진은 끊임없이 통합하고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무한경쟁시대, 열린사회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아니 우리는 이미 그 변화의 과정에 와 있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집행에 달려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 극복 노력과 함께 다시는 이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다짐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변화를 강도높게 추구하고 이의 집행에 있어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절호의 기회다. 경영진이 앞장서서 프로세스 혁신과 집행에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신재철 한국IBM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