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공식 발표한 「1월 현재 온라인서비스별 가입자수」를 놓고 업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천리안(데이콤)에 이어 줄곧 2위를 고수하고 있던 하이텔(한국PC통신)이 유니텔(삼성SDS)에 6만여명 뒤졌다고 발표됐던 것.
이를 놓고 한국PC통신은 물론 데이콤과 나우누리 운영업체인 나우콤 등 다른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들이 정보통신부 발표자료의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중반까지 4위에 머물던 유니텔이 지난해말 3위를 달리고 있던 나우누리를 제친 데 이어 올해초에는 하이텔을 능가할 정도로 급성장할 수가 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온라인서비스 특성상 이같은 현상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온라인서비스에서 가입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가입자수를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와 사업을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한창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순위 역전이 발생할 경우 그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원인=한국PC통신·데이콤·나우콤 등 다른 사업자들의 문제제기는 삼성SDS뿐 아니라 정보통신부가 제정한 유료 가입자 기준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SDS가 발표한 유료 가입자수는 무리한 점이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 제정된 가입자 산정기준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말 정보통신부 주도로 마련된 가입자 산정기준이 여전히 엉성하다는 설명이다.
가입자수 논란은 지난해말 처음 터져나왔다. 유니텔은 지난해 12월 가입자수를 11월 70여만명에서 한달 만에 40여만명이 많아진 1백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각 업체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으며 당시 유니텔은 『다른 업체들과 같이 유료 가입자의 기준을 확대 적용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업체들간 이견이 팽배해지자 정보통신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유료 가입자 산정기준을 만들었으며 이를 기준으로 지난 1월 가입자수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유료 가입자는 △요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규ID △천리안의 패밀리ID, 유니텔의 교사ID와 같이 기본이용료 또는 정보이용료만 별도로 청구하는 ID 등이다. 업체들은 이러한 가입자수 기준에 맞출 경우 여전히 정확한 통계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너무 포괄적이며 추상적이라는 얘기다.
업체들은 이와 함께 지난해말부터 유니텔이 추진하고 있는 1개월 무료이용권 배포행사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유니텔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의 일부를 실가입자로 산정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유니텔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가입자 산정기준에 따라 정보통신부에 현황을 제출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사업자들, 특히 하이텔보다 유보자수가 많을 뿐 다른 기준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니텔이 내놓은 유보자는 「3개월 이하 연체자와 1년 이하 중지자」에 해당하며 전체 가입자 가운데 36%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들의 이같은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결국 문제는 가입자 산정방식에 모아진다.
◇대책=사건이 확대되자 정보통신부는 최근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질심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일회성 심사로는 정확한 온라인서비스 가입자수를 밝히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유보자의 경우 실질 ID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또 어느 정도까지의 유보자를 실제 가입자로 계산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입자수 산정기준은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만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온라인서비스 가입자수 통계는 국내 정보화의 실상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실제로 전화·이동통신·PCS 등 다른 서비스 분야에서도 가입자수는 서비스별 순위를 매기는 것뿐 아니라 정보통신환경 파악의 잣대로도 사용되고 있다.
업계는 온라인서비스분야에서 보다 엄격하고 현실적인 가입자수 산정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입자수에 대한 논란은 계속해서 온라인서비스의 올바른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