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샷. 두번째 데리고 나왔는데 아주 잘 치는군.』
내가 공을 치는 것을 지켜보던 최 사장이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기술자들을 경쟁적으로 칭찬하는 인상을 주었다.
『동생은 동아카드를 개발했지요.』
공 사장이 말했다.
『아, 그래요? 모든 동아카드를 동생이 개발했습니까?』
동아카드란 동아컴퓨터에서 개발한 여러 카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카드는 거의 모두 미국과 일본에서 들여온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한글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엄격하게 말해서 외국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복제한 것을 뜻했다. 청계천에서 개발하는 7비트짜리 한글카드를 일명 「청계천 카드」라고 불렀는데, 그 중에 동아컴퓨터에서 개발한 것이 그 나름으로 있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프린트 출력용 롬과 한글 바이오스, 외국 소프트웨어 한글처리 솔루션, 그밖에 입출력 카드를 개발해 판매했다. 컴퓨터 회사마다 각기 다른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채택됐다. 컴퓨터 회사가 사십개가 있다면 각기 사십종의 워드프로세서가 있어서 서로 호환이 되지 않았다. 내가 군대에서 제대할 83년에 최초로 상용화된 「명필」이 개발됐지만 그 전만 해도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제각각이었다. 동아컴퓨터 사장이 데리고 나온 공 선생도 나만큼이나 골프를 치지 못하는 초보자였다. 그는 드라이버를 치기 전에 거의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안경다리를 만졌다. 그리고 이상한 자세를 취한 다음 스윙을 했는데, 그 이상한 자세에 비해서 공이 잘 맞았다.
『법을 전공하신 분이 어떻게 기술자의 길을 걷게 됐는지 신기합니다. 물론, 부모님의 강권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공 선생과 함께 숲으로 들어간 공을 찾으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자조섞인 웃음을 흘리고는 말했다.
『팔자지요, 뭐. 기술자라고 하지만 법을 전공한 내가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지요.』
리버스엔지니어링(역공학)이라는 말은 이미 개발해놓은 외국의 특정 제품을 해부해서 새로운 응용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은 국제 저작권법 위반이었다. 그것은 외국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일지라도 여러 사람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업그레이드하면서 변형됐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에서는 청계천 세운상가를 동양 최대의 복제 소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