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립한 직후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한 일에서 가장 큰 성과는 베이식 언어의 상품화일 것입니다. 아시는 바처럼 베이식(BASIC)은 64년 다트머스대학에서 중대형 컴퓨터용으로 개발된 단순한 언어였지요. 그것을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버전으로 만들어 개인용 컴퓨터에 활용시켰지요.』
게이츠가 개발한 베이식 버전은 MITS컴퓨터사에서 나오는 알테어 PC에 맞게 개발했는데 후에 코모도어 64와 애플 2, IBM PCjr의 제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IBM이 자사의 신제품 PC에 사용할 수 있는 운용체계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받기 전까지 주로 프로그램 언어를 판매하는 것에 국한됐으나 당시 그의 명성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자라고 해서 모두 그를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립의 천재인 공 선생조차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제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판매하는 것에 신경을 썼지요. 상품화하는 작업에 뛰어났다고 할까요.』
『기술자는 기술자일 뿐입니다. 장사는 사업하는 사람의 몫이지요.』
그는 고집스럽게 기술자의 자세를 말했다. 나는 그의 고집스런 주장에 질려서 더이상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한 사람의 기술자로서 사업에 성공을 거둔 빌 게이츠와 폴 앨런에 대한 나의 동경을 펼치기에는 그의 완고함이 가로막고 있었다. 우리는 도그렉홀로 들어갔다. 양말코스라고 하는 이 홀은 코스가 개다리처럼 휘어져 있어서 붙은 이름이었다. 그래서 자칫 잘못 치면 공이 벙커에 빠지거나 숲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럴 때는 멀리 치는 것보다 한번 더 치더라도 정확성을 기해야 했다. 최 사장이 그렇게 설명을 하면서 시범을 보였지만 그의 공은 숲으로 들어가서 찾아내기조차 어렵게 됐다. 그는 뚱뚱한 몸을 젖히면서 나를 돌아보더니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치지 말라는 얘기야.』
봄이 되면서 잔디는 푸르게 펼쳐지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은 풀냄새를 풍기면서 싱그러운 기분을 자아냈다. 골프장은 이제 생기를 얻는 듯이 새싹이 돋았다. 그 위에서 라운딩하는 것은 새로운 기분을 주기는 했지만 나는 골프가 즐겁지 않았다. 최 사장의 강권에 따라나서기는 했으나 나의 머리속에는 개발하려고 하는 프로그램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어떤 중압감으로 나를 억눌렀다.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 같고 개발해야 할 프로그램이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