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컴퓨터교실" 이대로 둘 수 없다

 민간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해 초·중등 학생들에게 컴퓨터 마인드를 심어주고 교육정보화를 앞당기려는 취지에서 운영돼온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사실상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상당수의 민간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심화되고 있는 경영악화로 현상유지에 전전긍긍하고 있는가 하면 아예 이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일부 초·중등학교에서 「컴퓨터교실」 운영 재계약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방과후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불과 2년여만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은 교육부가 지난 97년 2월 PC 보급확대와 정보화교육 강화를 위해 「민간업체들이 초·중등학교에 PC와 통신망 등 전산장비를 무료로 기증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시간에 PC를 활용한 각종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수강료로 이윤을 담보한다」는 내용의 「민간참여 학교 컴퓨터 보급 및 교육계획」을 수립, 발표하면서 본격 추진되었다.

 교육부의 시책이 발표되자 수십개 업체들이 이 사업에 참여했고 한때는 과열경쟁의 양상까지 보였다. 참여업체들은 그동안 1천여개 학교에 4만여대의 PC를 보급하는 등 적극적인 시설투자로 나름대로 컴퓨터교실을 성실히 운영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97년 말 IMF한파 이후 수강생 감소, 금리인상 등으로 민간업체들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자 「컴퓨터교실」의 현상유지마저 어렵게 됐고 이로 인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올해 신설된 「컴퓨터교실」은 10개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엔 「컴퓨터교실」 운영사업과 관련, 경기도교육청이 민간업체와 계약기간이 끝나는 일선 학교들에 대해 사실상 재계약을 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자 민간 운영사업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각종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노출시키고 있다.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자단체는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재계약 불허지침이 결국 사업종료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정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잠정 결의하는 등 사태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컴퓨터교실」 운영사업과 관련하여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당초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민간 참여업체들이 단 한 곳도 이익을 남긴 곳이 없고 수십, 수백억원의 빚만 떠안은 채 도산하는 사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또 그동안에도 「컴퓨터교실」 운영개선과 관련, 여러 차례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지만 정작 교육현장과 참여업체들을 만족시킬 만한 평가와 개선방안이 없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실태 점검과 정보화교육 평가 및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학교·민간업체에 대한 정확한 운영실태 파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각급학교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보화교육 수준에 대한 기준이 뒤따라야 한다. 당초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이 민간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PC보급 확대에 주안점을 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화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의 목표와 내용, 방법이 전환돼야 한다. 이같은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면 민간업체의 위치와 역할은 자연스럽게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학교의 경우 자질이 떨어지는 민간 참여업체들로 인해 교육이 부실하거나 장비들도 저가제품이 들어가 운영이 부실했던 점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민간업체들은 나름대로 열과 성을 다해 「컴퓨터교실」을 운영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가 있으연 이를 시정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컴퓨터교실」 자체를 없애거나 축소해서는 안된다.

 「컴퓨터교실」 운영사업의 질을 높여 더욱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