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2월 토론내용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양식당 프라자에서 「방송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미래모임에서는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방송에 대해 정부·지상파방송사·위성방송사업자·장비제조사 등 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디지털방송의 도입을 계기로 방송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DB)화를 적극 추진해야 하며, 관련기술의 연구개발도 경쟁력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국내 관련산업의 장기적인 발전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따른 인터액티브 서비스에 대비하기 위해 민간과 정부 등의 지대한 관심과 산학연 공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며, 위성방송 등 방송사업자간 경쟁도입을 계기로 각 사업자간 공정한 룰이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밖에 남북통일에 대비한 위성방송의 업링크도 착실히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서 있었던 주요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방송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

 △허진호(아이네트 사장, 사회자)=디지털방송 도입시 가장 중요한 부문은 방송국 장비와 가입자 장비 등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가전부문의 경우는 국내 업체들이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방송장비는 국내 산업의 발전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저장하는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한마디로 제작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DB화를 높여나가는 것이 디지털시대를 맞는 방송사들의 자세라고 본다. 방송의 발전방향은 앞으로 양방향성에 있으나 아직까지 와닿지 않고 있는데, 주문형비디오(VOD) 등 단순한 인터액티브인지, 아니면 콘텐츠 인트액티브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일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조문재(KBS 기술연구소 부장)=통신장비는 해외에 내다팔 수 있는 기반이 있으나 방송장비는 힘들여 개발을 해도 수출할 길이 없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또한 이 기회에 국산 방송장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인 창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조그마한 방송사고에 대해서도 담당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현실 하에서는 국산장비를 포함해 검증이 제대로 안된 장비를 채택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송기술은 무조건 완벽해야 한다」는 시각을 과감하게 재조명하는 것이 국산장비 채택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송관호(한국전산원 표준본부장)=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은 경쟁매체라고 본다. 앞으로 세상은 개인이나 가족이 주체가 되는 멀티화시대로 바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보의 보편적 서비스 구현이나 정보의 지역차별성을 없애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통일한국시대에 대비해 남북한간 정보의 불균형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위성방송이다. 우리나라의 위성방송 등 방송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아시아지역권을 중심으로 국제협력의 이니셔티브를 잡고 일을 추진해 나간다면 국산장비의 수출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것이다.

 △서진구(미디어밸리 사장)=디지털방송 도입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정부·장비제조사·지상파방송·위성방송 등도 중요하지만 지역민방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도 있어야 한다. 경영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방송 도입은 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책도 동시에 마련해줘야 장비산업도 활성화되고 수출길도 열릴 것이다. 중국이나 홍콩 등은 아시아지역의 방송맹주국을 겨냥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대기업·방송국 등 모두가 합심해 아시아지역 위성방송의 헤게모니를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내 방송장비산업의 발전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중(한국DB진흥센터 기획관리부장)=디지털방송시대에는 정보의 변조·조작이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디지털방송 장려 못지 않게 특정 집단의 정보변조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사장)=자원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도 방송의 다양성 및 양방향성이 입증되도록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방송기술을 경쟁력 있는 분야로 집중시켜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돼야 할 것이다.

 △최양희(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요즘 거론되고 있는 「디지털방송」보다 논의가 더 돼야 할 분야가 바로 「디지털 비디오」다. 기존 사고방식에 일대변혁이 일어나야만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크게 부족하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세계시장을 노리고 양방향 디지털 비디오 시범서비스를 실험적으로 실시하는 등 우리보다 앞서 있다. 우리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이남희(ETRI 이동통신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방송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조명돼야 한다. 방송은 궁극적으로 문화라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의 경우 국내시장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해외교포들을 위한 방송을 실시하는 등 방송권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방송언어가 한글이 아닌 영어라도 국내 콘텐츠를 전달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차양신(정보통신부 방송과장)=디지털방송의 도입시기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초기에는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나 시간이 지나면 독창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문화의 유입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 따라서 우리 시장도 개방하는 동시에 우리 역시 첨단기술로 포장된 우리문화를 외국에 실어나를 수밖에 없다.

 △김원식(정보통신부 국제협력기획담당관)=디지털방송에 대해 우선 불확실하다는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 투자를 망설이고 있으며 이해집단간 논쟁도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또한 디지털방송 도입은 경쟁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이나 기존 체제는 경쟁에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공정경쟁의 룰 아래 관련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은 문화적인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하며, 정부가 가능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하재구(인포머셜컨설팅 사장)=방송산업 인프라는 현재 여러가지 제약으로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고 있는데, 자금이나 시간이 별로 소요되지 않는 분야는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 것이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 방송사들이 과감하게 외국 메이저사들과 제휴해 자본을 유치한 뒤 구조조정 등을 단행하는 동시에 수출 아이템을 개발, 수출길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강성재(아이큐브 사장)=예전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통신연구소와 방송연구소간의 협업관계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간 서로간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접촉이 거의 없었으나 이젠 디지털방송 도입을 계기로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돼 가고 있어 늦었지만 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리=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